[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무신사의 상장 주관사 선정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외 10여개 증권사들이 무신사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지만 기업가치 10조원 책정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로부터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은 증권사 10여곳이 지난 19일 무신사에 IPO 제안서를 제출했다. 무신사는 제안서를 증권사들의 제안서를 살펴본 후 숏리스트를 추리고 경쟁 PT를 통해 최종선정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로부터 입찰제안요청서를 받은 증권사 10여곳이 지난 19일 무신사에 IPO 제안서를 제출했다.(사진=무신사)

무신사는 지난달 증권사들에게 RFP를 발송할 당시 10조원 밸류 책정 가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증권사들은 무신사의 10조원 기업가치에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의 성장성과 시장 장악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10조 원의 밸류는 현재의 실적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와 투자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는 무신사의 10조원 기업가치 책정이 현실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순이익 698억원을 기준으로 10조원의 기업가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4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쿠팡(41.68배)이나 국내 주요 패션 상장사들(LF 6.01배, F&F 5.77배)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무신사는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낮은 마진율과 높은 비용 구조로 인해 매출 대비 이익률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IPO 주관사로 선정되면 향후 무신사의 유상증자, 인수금융 등 다양한 금융 거래를 수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거래라는 의견도 많다. 특히 해외사업 확장과 오프라인 경쟁력은 10조 밸류 책정 가능성을 높이는 잠재 요소로 꼽힌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결국 10조 원 밸류는 국내 사업 다각화 성과와 일본·중국 등 해외 성장 스토리를 얼마나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IPO를 앞두고 최근 오프라인 확장과 신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등 글로벌 리테일러로 도약하려는 전략적 행보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혜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무신사는 카테고리 다양화, 자체 브랜드 런칭, 일본 시장 진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만큼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은 더욱 공고히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무신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오프라인에서 누적 10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오프라인은 뷰티, PB 무신사 스탠다드, 무신사 스토어, 29CM 등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PB 무신사 스탠다드는 중개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플랫폼과 달리 무신사 전체 영업이익과 현금창출을 담당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해외 사업 성장성도 주목된다. 중국 안타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티몰에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데 이어 일본,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 브랜드 인큐베이팅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무신사의 10조원 밸류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현재의 재무적 지표보다는 미래 성장 잠재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폭발적인 외형 성장, 성공적인 사업 다각화,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도약 가능성이 10조 원이라는 높은 목표를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