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두산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계열사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래 산업 패러다임 선점을 위한 대규모 AI·로봇 통합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지주부문에 ‘PAI(Physical AI) Lab’을 신설하고, 하드웨어와 AI의 융합을 이끄는 ‘피지컬 AI’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단기 실적 악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장기 성장동력 확보와 산업 현장 혁신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다.

두산로보틱스와 LG전자가 협업 개발한 협동로봇 전기차 자동충전 솔루션 (자료=두산로보틱스)

실적 부진에도 멈추지 않는 투자..왜?

두산의 최근 행보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 쫓기가 아니다. 두산로보틱스의 2025년 1분기 매출은 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급감했고 영업손실도 121억원 늘었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 미국발 관세 우려, 내수 시장 부진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

그럼에도 두산은 ‘지능형 로봇 솔루션 기업’이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AI·휴머노이드 R&D 조직 신설, 글로벌 인재 영입, 북미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 등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이 주목하는 ‘피지컬 AI’는 인간 수준의 의사결정 능력을 갖춘 AI가 실제 기계나 로봇에 적용돼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스스로 상황을 인지·판단·행동하는 기술이다.

단순 소프트웨어 AI와 달리,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지능화가 핵심이다.

두산은 로봇, 건설기계, 발전설비 등 주력 산업 전반에 피지컬 AI를 적용해 기존 단순 반복작업 장비를 고도화된 자율·인지형 솔루션으로 진화시키겠다는 목표다.

두산로보틱스는 2021년과 2023년에 총 4612억 원의 외부 자본을 유치하며 사업 확장과 재무 리스크 최소화에 힘써왔다. 최근에는 기관·외국인 투자가 증가하는 등 시장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AI 관련 스타트업 투자와 M&A를 확대하며 북미 우수 솔루션 업체 인수 등으로 기술 내재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 4월 두산은 미국 스탠포드대 휴먼센터드 AI 연구소(HAI)와 산학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산은 HAI와 협력하는 첫 산업재 기업으로 글로벌 AI 인재 네트워크 구축과 공동 연구, 인재 채용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피지컬 AI의 글로벌 표준 형성, 응용 연구 주도권 확보도 노린다.

지난달 25일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열린 산학협력 협약식에서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왼쪽)과 제임스 랜데이 스탠포드 대학 HAI 연구소 공동연구소장(오른쪽)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자료=두산)

피지컬 AI가 바꿀 두산의 미래 시나리오

PAI Lab은 그룹 전체의 피지컬 AI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두산로보틱스는 반복작업 중심의 기존 협동로봇을, 인지·판단·상호작용 기반의 비정형 작업 대응 로봇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두산밥캣은 자율주행을 넘어 작업 계획·실행까지 가능한 자율작업 장비 개발을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소 내 주요 기기의 자율적 상호작용과 에너지 생산 효율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두산은 AI·로보틱스·제어·센서 융합·시뮬레이션 등 핵심 영역에서 글로벌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협력 및 투자를 지속 확대한다.

두산 관계자는 “PAI Lab을 이끌 글로벌 AI 구루급 인재 영입을 추진 중”이라며 “각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피지컬 AI 시장을 선점하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과 포트폴리오 확장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PAI Lab은 선행기술 스타트업 발굴과 전략적 투자를 그룹 차원에서 통합 지원한다.

더불어 각 계열사와 유기적 협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과 포트폴리오 확장까지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의 피지컬 AI 투자는 단기 실적 부진을 감수하고서라도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다만 단기간 내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내재화와 생태계 구축의 성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