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필리핀 공장 통폐합에 속도를 낸다.

27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루존 지역 공장 5개 중 문틴루파 공장을 폐쇄했다. 이는 해외공장 리밸런싱 전략의 일환으로 지속되는 내수 부진을 해외법인 수익성 제고로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1분기 매출액 9103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 32%가 줄었다. 실적 부진 주요 요인으로는 원재료 및 환율 부담, 인건비 비용 증가, 국내 내수 부진 등이 꼽힌다.

주류 성수기를 앞두고도 내수 부진에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1분기 소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 맥주 매출은 47% 줄었다. 롯데칠성음료 내부적으로도 맥주 부문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치 못하다고 보고 예년 수준의 판관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올해 1분기 루존 지역 공장 5개 중 문틴루파 공장을 폐쇄했다.(자료=롯데칠성음료)

이런 가운데 해외 비용 효율화를 통해 실적 개선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흑자전환을 보였던 해외 자회사 중 필리핀 법인도 1분기 매출은 늘었지만 다시 33억원 적자로 돌아서면서 해외공장 리밸런싱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해외공장 리밸런싱은 필리핀 법인 PCPPI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다. 공장과 물류센터를 거점 위주로 통합하고 물류 거점에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및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롯데칠성음료 1분기 사업보고서 내 유형자산의 변동에 대한 조정을 살펴보면 유형자산 대체에 따른 감소 부문이 전분기 9억원에서 올 1분기 450억원으로 50배 늘었다. 이는 여러 공장의 생산 라인을 특정 공장으로 집중시키거나 유사 기능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분산되어 있던 특정 설비들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어 폐기되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올해 내수 시장 전반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CAPEX(자본적 지출 및 설비투자) 규모는 축소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월 진행한 IR 이벤트에서 지난해 수립했던 2400억원 규모 CAPEX를 1800억원으로 25% 감축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신규 설비투자 부담을 줄이고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한 유휴 공장을 전략적으로 자산 효율화에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 1분기 사업보고서 내 투자부동산 대체에 의한 증가는 전분기 15억원 손실에서 올해 1분기 432억원으로 늘었다. 이 경우 리밸런싱 과정에서 통폐합된 공장의 건물과 토지를 매각하기 보다는 임대를 통한 수익 창출 방안으로 활용한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해외공장 리밸런싱이 마무리되면 시장 공략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펩시, 마운틴듀 등 탄산과 립톤, 게토레이 등 비탄산 음료가 주요 필리핀 법인 보틀링 사업의 주요 제품이다. 여기에 국내 새로 및 순하리, 밀키스 등 제품 생산도 확대해 수출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문틴루파 공장 클로징으로 34억원 비용이 반영됐지만 리밸런싱을 통해 연 100억원 이상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2분기 클로징 관련 비용 부담이 마무리되고 생산 정상화에 돌입하면 2배 이상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