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화의 기업탐정] 정유사 ‘횡재 아닌 횡재세’ 논쟁 언제까지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5.22 13:51 의견 1
산업국 이정화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정유사가 언제 어디서 횡재를 했는지 의문일 뿐더러 2%도 안되는 영업이익률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초과이윤을 걷는다는 건 막무가내 어불성설이다.”

횡재세 도입 이슈가 불 때마다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직원들이 입모아 토로한다.

호실적을 올릴 때면 정치권에선 기다렸다는 듯 초과 이윤을 걷어야 한다고 피력한다. 문제는 ‘횡재’의 근거와 의견 청취 없는 일방적 외침이다. 진전 없는 소모적 갈등이다. 수년 째 무의미한 기싸움은 여야 사이 긴장감을 조성한다. 유가 변동에 초조한 정유사와 고유가로 앓는 국민은 피로감만 쌓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야권에서 22대 국회 출범과 함께 정유사를 상대로 횡재세 특별법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을 낮출 적극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횡재세를 거론했다.

횡재세는 정부의 정책이나 대외환경이 급격히 바뀌면서 기업이 운 좋게 초과 이익을 얻은 부분에 부과하는 소득세다. 제도는 그간 정유사의 실적이 개선되면 고개를 든다. 그러다가 영업익이 악화하면 잠잠해진다. 무한반복이다.

국민들은 고유가로 고수익을 올려 성과급 잔치를 연 정유사로부터 부담금을 걷어 서민 고통을 경감하겠단 야권의 취지를 공감하고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정유사와 야권의 의견 일치는 갈길이 멀어 보인다.

야권이 정유사의 속사정을 외면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정유사와 달리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구매해 정제한 제품(휘발유·경유)을 판매 수출하는 방식으로 매출 대부분을 채운다. 때문에 고유가 장기화가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비싼값으로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데다 수요 위축이 겹치면 정제마진 하락 가능성도 커진다.

앞서 정부와 여권도 이런 이유를 들어 횡재세 도입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단순히 기업의 민생 고통 분담에 초점을 맞출뿐 기업이 맞닥뜨릴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야권의 일방적인 외침이 아쉽게 들리는 이유다.

이에 대해 A정유사 관계자는 “단 한 톨의 공적 자금 투입 없이 자력으로 경쟁력을 키워 수출로 생존하는 기업의 사정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제도화 목소리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횡재세 근거 부족을 지적했다. 또 B정유사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전체 기업 평균의 절반도 안되는데 실적이 꺾이면 수익 악화로 힘들지만 호실적을 내면 횡재세 논란으로 눈치보는 구조가 언제까지 반복될까 싶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정유사들이 내세우는 근거와 입장은 횡재세 도입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언론이 숱하게 보도한다. 정치권이 정유사와 사업 및 정책 문제를 논의하긴 하지만 횡재세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단 점 역시 외면의 신호로 해석된다.

진전 없이 서로의 힘만 빼는 ‘횡재 없는 횡재세’ 도입 논란이 더이상 소모적인 이슈에 그치지 않으려면 답은 하나다. 횡재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찾는 것. 야권이 귀를 열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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