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배터리 힘 줄 때, 현대제철 철강 승부수..흑전 찍고 회복 사이클 ‘청신호’

건설 시황 부진 속 1분기 흑전 관측
서강현 사장 “수익성 중심 전략” 강조
올해 철강사업에 2조 투자..전년比 15%↑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4.24 10:57 의견 0
현대제철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79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50.6% 급감했다. 사진은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자료=현대제철)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철강맨’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회사를 흑자경영으로 돌려놓을 전망이다. 철강과 함께 이차전지 사업에 초점을 두는 포스코와 달리 본업 뚝심을 발휘해 회복 사이클로 진입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79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50.6% 급감했다. 매출은 25조9148억원으로 5.2% 감소했다.

실적 악화를 부추긴 건 건설 시황 둔화다. 봉형강 제품 판매량 감소화 제품가격 하락, 전기요금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작년 4분기에만 2201억원의 적자를 봤다.

올 1분기는 반전이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제철이 이 기간 영업익 1187억원을 올려 흑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한다. 시장 기대치(1361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건설경기 불황에도 원재료값 하락과 판재류 중심 판매량 증가가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영업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전방산업의 부진 지속으로 예년 수준의 이익과 수익성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수익성 회복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분기 영업이익이 연말까지 계단식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자료=현대제철)

■ 올해 철강에만 2조 투자..서강현 “배터리보단 본업 경쟁력 집중”

업계에선 현대제철이 철강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건설경기 불황에도 선전할 수 있는 배경으로 서 사장의 수익성 중심 전략을 지목했다.

서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 이후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를 위한 설비 증설을 추진하는 등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선 “수익성 강화를 위한 고부가 철강소재 개발 및 원가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것”이라며 “배터리와 이차전지 쪽이 유력하지 않냐는 지적들이 있지만 대규모 비철소재 사업 확대보다 철강 본업 경쟁력에 투자역량을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변화에 맞춰 차별성 있는 강재 개발을 통해 신규 수요 증가에 대응할 것”이라며 “전기차 전환 가속에 따른 고강도 경량 차강판 개발과 고성능 건설 강재 제품군 확대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조지아에 있는 전기차 전용 강판 가공 공장의 가동 시점을 오는 9월로 앞당길 계획이다. 당초 내년 1분기 예정됐지만 현대차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을 올 4분기 가동한다고 발표하면서 현대제철도 이에 발을 맞춘 것이다.

이밖에도 올해 당진제철소 1후판공장에 추가 열처리 설비를 도입한다. 이로써 1후판공장의 열처리재 생산능력이 연 15만톤에서 30만톤으로 커질 전망이다.

내년엔 2냉연공장에 3세대 강판 신규투자를 마무리한다. 이를 통해 고부가 철강재 생산을 확대한다. 현대제철의 3세대 강판은 기존 초고장력강의 강도를 유지하면서 성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디자인과 경량화가 중요한 전기차에 활용될 예정이다.

올해 총 투자 규모는 2조54억원으로 작년보다 15% 늘었다. 모두 철강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주로 기존 공장 설비를 신설 및 증설하거나 개선·보수하는 데 쓰인다.

장기적인 불황에 대비해 신사업 육성에 뛰어드는 경쟁사들과 대비된다. 앞서 포스코는 이차전지 소재를 핵심 먹거리로 제시했고 동국제강그룹은 물류·IT 등 미래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시황이 불안정해 향후 실적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고강도 차강판 개발을 포함해 고부가 자동차용 강판 공급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 중심 전략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이 우려와 달리 잘 버텨주고 있지만 건설 시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철강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판매하는 전략이 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