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화학 투톱’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올해 성장 에이스로 떠오른 ABS(고부가합성수지)를 비롯해 친환경 첨단소재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을 중심으로 수요 반등이 예상되면서 ABS가 두 화학사의 적자 탈출 열쇠가 될 지 주목된다.
앞서 롯데케미칼의 기능성 첨단소재 생산 자회사 삼박엘에프티(LFT)는 지난달 30일 전남 율촌산단에 신규 컴파운딩(복합 소재) 공장을 착공했다.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여기서 연간 50만톤의 기능성 첨단소재(ABS·PC)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는 이 자리에서 “생산 기술 고도화 및 소재 사업 확대로 글로벌 기능성 첨단소재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도 ABS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서 일찌감치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현재 한국 여수와 중국 닝보, 후이저우 공장에서 ABS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엔 미국 오하이오에서 ABS 컴파운드 공장을 착공했고 시운전 중이다.
ABS는 아크릴로나이트릴과 부타디엔,스타이렌을 조합해 만드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금속 대용으로 쓰이고 내열성과 내충격성이 뛰어나 자동차·가전·정보기술(IT) 산업의 주요 소재로 활용된다.
두 회사는 올들어 ABS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이훈기 대표는 지난 21일 취임 후 처음으로 임원·팀장들과 타운홀 미팅을 열고 “롯데케미칼의 첨단소재사업과 정밀화학을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 육성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북미 ABS 컴파운드 공장 가동을 통한 지역 다변화 전략 확대와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이소프로필알코올(IPA) 등 고수익 제품의 신규 라인 양산 가동으로 2분기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중국발 수요 회복 관건..LG화학 2분기, 롯데는 3분기 흑전 관측
두 화학사가 ABS 공략에 힘쓰는 배경엔 중국의 경기 부양 신호가 있다.
증권가에선 국내 석화업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이구환신(신제품 교체)’ 정책으로 ABS 수요가 점진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구환신은 중국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소비재 신제품을 구매할 경우 보조금을 지금하는 촉진책이다.
더욱이 ABS 부문에서 LG화학은 글로벌 최상위권 입지를 가지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ABS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두 회사가 수요 확대를 토대로 흑자전환을 넘어 성장 궤도에 오를 지 기대되는 이유다.
실적 전망도 맑다. 메리츠증권은 LG화학이 올 2분기 영업이익 5004억원을 올려 전분기(2646억원) 대비 89%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석유화학 부문도 같은 기간 영업손실 310억원에서 277억원으로 흑자전환을 내다봤다.
석유화학 산업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흑자에 돌입하면 그 기조가 오래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당분간 LG화학이 석화 사업으로 실적 개선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연내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2분기엔 351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 전분기(-1353억원) 대비 적자 폭을 크게 줄일 것으로 보인다. 반전은 3분기부터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엔 앞서 유가 상승 요인에 따른 반짝 흑전과 달리 본격적인 시황 개선을 통해 흑전을 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이구환신으로 ABS 등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가동률이 일부만 회복돼도 화학 업체의 이익은 개선될 수 있는 데다 원유와 나프타 가격이 하락하면서 화학 업체의 비용 부담이 줄었고 3분기 성수기도 다가오고 있다”고 판단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 수요 증가와 계절적 성수기, 중국 시장의 회복세로 ABS 수요가 급등까진 아니더라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화학업계 전반적으로 저탄소 전환 기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ABS를 포함한 친환경 소재를 중심으로 고부가 시장을 공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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