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균의 참견] AI뱅커가 챗GPT만큼 똑똑하지 못한 이유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4.12 07:00 의견 0
윤성균 금융증권부 기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인공지능(AI)이 다양한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대화형 AI인 챗GPT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해서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AI의 등장을 놓고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의 지적 수준을 넘어서는 지점, 즉 ‘AI 특이점’이 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은행권에서도 AI는 뜨거운 화두다. AI뱅커가 은행원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벌써 몇년 전 이야기다. 하지만 생각보다 AI뱅커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시중은행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AI뱅커 서비스를 직접 써보면 알 수 있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해도 어쩐지 알맹이는 텅 비어 속 빈 강정 같다. 아직은 입구에서 번호표를 뽑아주고 관련 업무를 안내하는 것이 고작이다.

우리은행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생성형 AI 기반 챗봇 서비스도 기대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시나리오 기반의 기존 챗봇과 달리 대화를 통한 자연스러운 상담은 가능하다. 단답형이 아닌 대화형태로 풀어 질문해도 곧잘 알아 듣고 적절한 예적금 상품을 추천한다.

하지만 챗GPT 수준의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조금만 패턴을 벗어난 질문을 던져도 “문의하시는 내용은 제공된 상품정보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하기 일쑤였다.

반면 동일한 질문에 오픈AI의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구글의 ‘제미나이’는 훨씬 다채로운 답변을 내놨다.

AI뱅커는 왜 챗GPT 만큼 똑똑하지 않은 것일까? 단순히 시중은행의 기술력이 부족해서일까? 은행의 말을 들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현재는 AI뱅커가 사람처럼 판단을 하면 안된다. 그래서 답변도 정형화된 형태로 정보만 제공하도록 제한이 걸려 있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여유자금 1000만원을 가진 고객이 예금 상담을 한다면 영업점 직원은 한 달 뒤 가입하도록 권유할 수 있다. 하지만 AI뱅커는 그렇게 판단해서 답변하는 게 불가능하다. 성능의 문제라기보다는 규제와 내부통제 측면에서의 제약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고객의 자산에 따른 맞춤형 예적금 상품의 추천 등도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하지만 시스템적으로 적용시키 위해서 규제나 내부통제 측면에서 아직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AI뱅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물론 다양한 규제의 테두리를 지켜가면서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AI뱅커도 기존 챗봇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챗GPT 수준의 금융상담이 가능하려면 적절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도 금융권의 생성형 AI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논의에 이제막 들어갔다. 금융위 주재로 ‘금융권 AI 협의회’가 발족한 것이 불과 2주전 일이다.

금융당국은 협의회를 통해 생성형 AI 활용을 위한 망분리 규제와 데이터결합, AI 거버넌스 확립을 논의할 예정이다.

AI뱅커 서비스 내재화를 위해 은행이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AI뱅커 서비스의 활용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업부서간의 이해도가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AI뱅커가 편향적이거나 부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도록 양질의 데이터 학습을 위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AI뱅커 서비스를 일컬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은행권에서도 처음 도입하는 서비스인 만큼 천천히, 단단히 전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너무 서둘러도 곤란하고 너무 늦어서도 안된다. AI 시대를 맞아 은행업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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