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4941%’ 효성화학 부활, 조현준 회장 손에 달려

2개 지주사 체제 개편..조 회장 ㈜효성 맡아
효성화학 2년 연속 적자..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 회장 ‘책임경영’ 강조..베트남법인 회복 관건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3.01 06:00 의견 0
조현준 효성 회장이 지난해 3월 '2023 대한민국 경영자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자료=효성)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부채비율 4941%’ 효성화학이 조현준 회장의 전담마크를 받으며 그룹의 '아픈손가락' 꼬리표를 떼고 날아오를 지 주목된다. 치솟는 부채 비율과 재무구조를 회복하기 위한 사업 효율화와 책임경영 추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효성은 지난달 23일 신설지주를 세우는 안을 결의했다.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분할 승인절차를 거쳐 7월부터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법인인 효성신설지주의 2개 지주사 체제로 재편한다.

신규 지주사(가칭 효성신설지주)의 분할비율은 효성 0.82, 효성신설지주 0.18이다. 조 회장은 이 중 효성을 맡아 효성화학과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에스 등 주력 계열사 경영에 집중한다.

특히 효성화학은 2년 연속 적자일로와 부채비율 악화로 그룹의 재무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계열사 중에도 안정적 경영전략을 토대로 빠른 회복과 수익성 강화가 시급한 곳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임직원에 “사업이 나빠지고 있는데도 위기의식을 못 느껴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미흡하다”며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해 수익 악화에 대한 개선책이 구체적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주사 체제 재편으로 조 회장의 책임경영 행보가 화학사업을 중심으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 본사. (자료=효성)

■ 부채비율 2300%p 늘어..신용등급 줄하향 전망

조 회장의 집중관리 타깃인 효성화학은 적자 지속과 부채비율 급등으로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영업손실 규모는 1888억원으로 전년(-3367억원)과 비교하면 43.92% 나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4941%로 1년 전(2632%)보다 2300%포인트 늘었다. 특히 4분기 741억원의 순손실로 부채비율이 9월 말 3474%에서 3개월 만에 1000%포인트 이상 뛰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만 2조1475억원이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효성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내려잡았다. 재무구조 개선이 더딜 경우 ‘BBB+’로 하향 가능성도 열린 상태다.

조 회장은 서둘러 맞춤형 경영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쓸 전망이다. 그가 공들여 온 ‘베트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게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효성화학이 베트남 사업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회복 열쇠도 이곳에 달렸다고 본다.

앞서 베트남 법인(효성비나케미칼)은 기대와 달리 오랜 기간 빛을 보기 힘들었다. 지난 2018년부터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해 생산공장을 세웠지만 설비 점검 등 이유로 가동이 지연되면서 회사와 그룹에 막대한 손실을 안겼다.

올해부터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베트남 법인의 설비가동 정상화와 고부가가치 상품 중심의 매출 구조 확립으로 LPG(액화석유가스)와 PP(폴리프로필렌) 등 주요 사업이 활기를 띨 것이란 분석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가동 정상화에 따른 판매량 증가와 고부가 제품 확대 등으로 올해 실적이 점차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 공장 전경. (자료=효성화학)

■ 특수가스 사업부 지분 매각..비용절감으로 정상화 시동

핵심 프로젝트인 베트남 공략이 안정화할수록 누적된 영업손실에 따른 재무건전성 회복과 부채비율 축소도 기대해 볼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IBK투자증권은 효성화학이 올해 1060억원의 흑자를 내고 적자행진을 끊을 것으로 예상한다.

효성화학을 살리기 위한 그룹 차원의 전방위적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효성화학은 지난달 22일 효성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작년 10월에도 효성을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알짜 사업부인 특수가스 사업부의 소수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규모는 최대 5000억원대로 거론된다. 상반기 중 거래를 마친다는 목표다.

책임경영을 강조한 조 회장이 비용절감과 사업 축소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걸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적분할은 지주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진행된다”며 “효성화학의 재무구조 악화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방안으로 노력 중이고 손익이 개선되면 부채비율 역시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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