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윤종규 회장-양종희 내정자 ‘바통 터치’..연말 인사·조직개편 어떻게

윤종규 회장, 기자간담회 통해 양종희 내정자에 인사·조직개편 메시지
“부회장 제도, 필요 없으면 비워둘 수 있어”..초임 양 내정자 부담 덜어줘
마지막 임기 동안 차기 CEO 육성 힘쓴 윤 회장..“선임은 차기 회장 몫”
KB금융 계열사 9곳 CEO 연말 임기 만료..“리더십 측면에서 적극 발굴”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9.26 10:57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퇴임을 앞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부회장 제도 유지와 계열사 사장단 인사 등을 후임인 양종희 회장 내정자 몫으로 넘겼다. 마지막 3년 임기 동안 탄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힘쓴 윤 회장이지만 향후 KB금융을 이끌어갈 양 내정자의 결정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양종희 회장 내정자 (자료=KB금융그룹)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퇴임을 두 달여 앞둔 윤 회장의 마지막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KB금융 창립기념일인 9월 29일을 즈음해 열린 이날 간담회는 윤 회장이 지난 9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KB금융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특히 윤 회장은 이날 차기 KB금융을 이끌어갈 양 내정자를 높이 평가하며 세간의 기대를 집중시켰다. 양 내정자는 그룹의 여러 M&A(인수합병)에 관여했고 손해보험사 경영을 경험했지만 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윤 회장은 “은행장과 지주회장을 겸직하긴 했지만 회장 취임할 당시에는 저도 은행장을 해본 적이 없다”며 “양 내정자는 20년 넘게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저보다 은행 경험이 훨씬 풍부하기 때문에 저보다 훨씬 잘 알 것”이라며 양 내정자를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저는 은행장을 겸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지만 지금은 이재근 국민은행장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며 “양 내정자는 많은 M&A에 관여해 비은행 부문에 상담한 경험과 경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은행과 비은행이라는 양 날개를 잘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회장은 자신이 마지막 3년 임기 동안 탄탄하게 구축해낸 지배구조에 자부심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성공적인 내부 경영승계의 발판이 된 부회장 제도 유지 여부에 대해선 공을 양 내정자에 넘겼다.

윤 회장은 “부회장이라는 직책 자체가 필요하면 보임할 것이고 필요치 않으면 비워둘 수 있다”며 “부회장이라는 직책보다는 부문장이라는 직무, 가능하면 폭넓게 업무 경험을 사전에 쌓아서 준비된 회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즉 부회장이라는 직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인사제도를 통해 차기 핵심 경영진을 선발하고 육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윤 회장은 부회장제 도입에 앞서 지난 2018년 부문장제를 도입해 계열사 CEO 중 일부를 주요 비지니스 그룹의 부문장으로 임명했다. 지주 사업을 통합·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는 동시에 밀도 있는 경영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윤 회장은 “제 책무는 내부의 후보자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또 이사회 눈에 들 수 있도록 발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사외이사들이 어떤 사람이 KB를 가장 잘 이끌 수 있는가 확신과 믿음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조직개편과 정기인사 등 결정은 취임을 앞둔 양 내정자의 몫으로 넘겼다.

윤 회장은 “계열사의 새 CEO 후보를 키우는 것까지는 제 역할이지만 그 사람을 쓸지 안 쓸지는 새로운 회장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새 회장이 선임되더라도 주요 계열사가 단단하게 갈 수 있도록 운영 체제를 어느 정도 준비해주는 것까지가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이 양 내정자의 인사권한에 힘을 실어주면서 연말 그룹 전반의 대대적인 세대교체 작업이 양 내정자 주도로 진핸될 가능성 커졌다. KB금융의 11개 계열사 가운데 은행·손보·카드·증권·캐피탈 등 9곳의 CEO 임기가 연내 끝난다.

양 내정자는 지난 11일 약식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 사장 선임은 이사회와 협의하게 돼 있다”며 “계열사의 경쟁력을 도모할 수 있는지, 임직원의 헌신적인 노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리더십 측면에서 적극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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