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성과 업고 KB금융 수장 오른 양종희..보험 계열사 존재감 더 키울까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 낙점..비은행장 출신 첫 내부 수장
은행장 경력 없는 대신 비은행 성과..“비은행 강화 일등공신”
KB손보·KB생명라이프, 그룹 내 비은행 순익 기여도 1·3위
“그룹 미래에 대한 차별화 전략”..생활금융 영역 강화 전망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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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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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양종희 부회장이 내정됐다. 양 내정자가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과제로 안고 차기 회장 자리에 오르는 만큼 그룹 내 보험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KB생명라이프를 중심으로 한 비은행 신사업 추진 전략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8일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양 내정자를 12일 이사회에서 회장 후보자로 공식 추천한다. 11월 중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양 내정자가 예정대로 차기 회장에 선임될 경우 비은행 계열사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그룹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전임인 윤종규 현 회장은 KB국민은행장을, 초대 황영기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지냈다. 어윤대·황영기 전 회장의 경우는 은행장 경력이 없는 외부 출신이었다.
양 내정자가 KB국민은행장을 지낸 허인 부행장을 제치고 최종 후보로 낙점된 데는 비은행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양 내정자는 국민은행의 영업점 및 재무 관련 부서 등에서 20여년간 근무했다. 2008년에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긴 뒤 전략담당 부서에 주로 몸담으며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주 전략 담당 임원 시절에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다. 인수 후에는 KB손해보험 대표를 2016년부터 5년간 맡으며 KB손보의 순이익을 끌어올려 그룹 내 비은행 강화를 이끌었다.
KB손보 대표를 지냈던 2018년부터 KB금융 부회장에 승진한 뒤인 2021년까지 그룹의 보험 부문을 총괄하면서 자회사로 신규 편입된 푸르덴셜생명(현 KB생명라이프)의 유기적 안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양 내정자의 손을 거친 KB손보와 KB생명라이프는 현재 그룹 비은행 계열사 중 순이익 기여도 1, 3위를 차지하고 있다. KB손보는 올해 상반기 5252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둬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중 순익 규모가 가장 크다. KB생명라이프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3.1% 급증한 2157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수익 비중은 약 40% 내외로 5대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높은 편으로 보험 계열사 역할이 컸다. 회추위가 양 내정자를 그룹 내 비은행 강화를 이끈 일등공신으로 꼽은 이유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양 후보가 KB손해보험 사장 및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능력은 그룹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며 “소통하고 공감하며 솔선수범하는 리더십과 함께 양종희 후보가 제시한 KB금융의 미래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과 가치 경영 그리고 강력한 실행의지와 경영철학이 높이 평가됐다”고 말했다.
양 내정자가 제시한 KB금융의 미래에 대한 차별화 전략으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그룹 역량 강화의 구체적인 방안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양 내정자는 KB손보 대표와 보험 총괄 시절 본업인 보험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요양업 등 신사업 저변 확대에 주력해 왔다.
최근 KB손보는 요양사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KB생명라이프에 매각하고 자회사 KB헬스케어에 추가 출자하는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올 상반기 그룹경영전략회에서느 KB헬스케어 플랫폼인 ‘오케어(O-Care)’의 비전과 주요 서비스가 경영진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이는 윤종규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모빌리티, 통신, 헬스케어 등의 생활 금융 영역에서의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고 그룹 내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에 더해 디지털과 테크 등 비금융사의 투자와 협업 확대를 통해 미래경쟁력을 강화하자”며 강조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양 내정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출근길에 진행된 약식 인터뷰에서 “그룹은 전반적인 포트폴리오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M&A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면서 “지속가능한 기업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체크해보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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