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대와는 다른 ‘차기 우리은행장 오디션’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5.19 07:00 의견 0
(왼쪽부터)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자료=우리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호흡을 맞출 차기 우리은행장이 다음 주 결정된다. 우리은행의 신임 행장 ‘경영승계 프로그램’ 가동 두 달여만이다.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력 후보에 대한 윤곽은 물론 하마평도 없다. 그만큼 이번 선임 절차가 철저히 보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간 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 절차는 경영진이나 이사회 내부 논의만으로 진행되기 일쑤였다. 은행들은 내부 절차를 통해 차기 행장 최종 후보 1인 선정까지 마친 뒤 외부에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기 행장 선임을 놓고 ‘깜깜이 밀실인사’라는 비판 제기됐던 이유다.

우리은행의 차기 행장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검증 기간이나 검증 평가 과정이 강화됐고 이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구별된다.

임 회장은 신임 은행장 선임 절차에 대해 “어떻게 보면 회장이 (은행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만드는 것이 지배구조를 바꾸라고 하는 금융정책, 감독당국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달여 진행된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쉬운 대목도 있다. 공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투명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검증 절차의 1단계를 맡은 외부 전문가는 누구인지, 행장 후보들이 노동조합원들과 만나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이사회 면접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유력한 후보는 누구고 중도 하차한 후보는 없는지 일언반구도 없다. 확실한 것이라곤 4단계 검증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 다음주면 최종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리라는 것 뿐이다.

공정한 ‘오디션’ 절차를 마련했다면 중간 과정을 공개하는 투명성도 담보돼야 한다. 숱한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이 중간 평가 등 과정을 보여주는 이유도 이 오디션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주지하기 위해서 라고 생각한다.

중간 과정 공개 없이 최종 후보 1인 선정 결과만 보여주겠다면 깜깜이 밀실인사와 뭐가 다르다는 걸까.

우리은행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양가적이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리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결국 다를게 뭐가 있을까하는 심드렁한 반응도 없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불협화음이 생기거나 문제점이 노출될 수 도 있다”면서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한 두 번 안착이 되면 이 경영승계프로그램 자체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큰 자산이 될 수도 있다”고 평했다.

우리금융은 이번에 도입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 시행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회장, 은행장, 임원 등 경영진 선발을 위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왕 공정한 오디션 절차를 도입했다면 외풍을 두려할 일이 아니다. 검증 절차 과정을 적절하게 공개해 외부의 다양한 피드백을 얻어야 경영승계 프로그램도 제대로 안착될 수 있을 것이다.

윤성균 금융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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