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에도 일해야 하는 아시아 노인들..NYT "생활비 못 미치는 적은 연금 탓"

한국과 중국, 일본 평균 연금은 월 63만원 불과

김병욱 기자 승인 2023.01.08 16:25 | 최종 수정 2023.01.08 16:34 의견 0
'인구의 날'인 지난 11일 한 어르신이 서울 시내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병욱 기자]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은퇴 연령을 넘기고도 고된 노동을 계속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러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줄면서 70대 이상 고령에도 일해야만 하는 처지다.

■ '은퇴 못하는 아시아 노인들' 조명

인구 구조의 변화로 각국 연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퇴직자들에게 다달이 먹고 살 만큼 충분한 연금을 지급하기가 어려워졌다.

인구통계학자들은 이미 수년간 선진국들의 '인구구조적 시한폭탄'을 경고해 왔지만,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미 정부와 기업, 누구보다도 고령층 자신이 고령화 사회의 현실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젊은 시절 사무직, 택시기사 등을 거쳐 식료품 배달을 하고 있는 오나미 요시히토(73) 씨는 새벽 1시 30분이면 일어나 트럭을 몰고 일을 나간다.

그는 "이 나이에 일하는 것이 즐겁지는 않다"라며 "하지만 생계를 위해 일한다"고 말했다. 그가 받는 기초 연금은 한달에 6만엔(약 57만원)이다.

한국에서는 노인 빈곤율이나 일하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각각 40%가량 된다. 홍콩에서는 노인 8명 중 1명꼴로 일을 하지만, 일본에서는 노인 4명 중 1명꼴로 일한다. 미국에서 18%인 것과 비교해 높은 것이다.

지난 2019년 가게에서 일하는 일본의 한 노인. [자료=EPA 연합뉴스]

■ 청소나 마트, 배달, 경비 등 저임금 노동

고령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노동시장의 풍경이나 정책도 달라지고 있다.

일본과 한국에는 고령 노동자를 위한 임시 직업소개소나 노조가 있다.

일본 기업 절반이 정규직 인력 부족에 직면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60세 이상을 대상으로만 구인에 나서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일본 정부는 고령 직원들을 위한 시설을 강화하는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일하는 고령층이 늘어나는 한편으로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안정적인 정규 사무직은 대체로 젊은이들에게 주어지며, 노인들에게는 저임금에 체력적 소모가 큰 계약직 자리를 주로 돌아오는 문제다.

소셜미디어에는 '일하는 노인'이란 성공적으로 왕성하게 일하는 기업인들의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동아시아 현실 속의 많은 노인들은 청소나 마트, 배달, 경비 등 저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

저임금 계약직의 경우 기업의 퇴직연금이 아니라 국가에서 주는 기초 연금밖에 받지 못하게 되는데 한국과 중국, 일본의 평균 연금은 월 500달러(약 63만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국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인들은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선다.

관영 업체의 한 냉동고에서 일하다 '나이에 비해 업무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45세에 퇴사해야 했다는 리만(67) 씨는 육아·가사도우미로 일을 시작했다.

자신이 '인생의 황금기'에 있다는 리 씨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딸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했다.

NYT는 일본과 한국, 중국, 홍콩에서 노인들이 일을 하거나 여가를 보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기사에 곁들이면서, 한국에서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점심 식권을 나눠주는 한 시설에서 노인들이 아침 9시부터 줄을 서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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