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SPC, 덮어놓고 ‘불매’하기엔..연말 파티 앞두고 깊어지는 고민

김제영 기자 승인 2022.12.09 16:47 의견 1
생활경제부 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크리스마스와 송년회를 앞둔 연말 시즌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사람들과의 만남도 잦아진다. 요즘 모임의 대세는 ‘홈파티’다. 코로나 이후 외식보다 가정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자 홈파티가 하나의 파티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파티 분위기를 돋워주는 건 역시 ‘케이크’다. 본래 연말은 케이크 대목인데 홈파티 문화가 형성되자 케이크 수요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그런데 올해는 케이크 구매를 앞두고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늘 그렇듯 집 근처 파리바게뜨에서 케이크를 구매하자니 최근 SPC계열사 노동자 사망사고로 촉발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불매운동이 일어날 만큼 SPC에 대한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인다. 마음 놓고 SPC를 이용하기 눈치 보인다는 말이다.

연말 파티를 앞둔 직장인 A씨(28)는 “특별한 날 케이크를 구매할 때 파리크라상 케이크를 선호하는데 올해는 구매가 꺼려져 다른 케이크를 찾아보고 있다”며 “특별히 불매운동을 실천하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 보는 눈도 있고 다 같이 즐기는 모임 자리에서 관련 이야기가 나오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불매운동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SPC 실적 ‘심판론’도 나온다. 지난 10월 사고가 터진 이후부터 불매운동이 진행된 지 약 두 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불매의 영향이 반영되는 실적은 4분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PC브랜드 가맹점은 2020년 기준 파리바게트 3425곳, 배스킨라빈스 1466곳, 던킨도너츠 579곳, 파스쿠찌 491곳 등 6000곳에 이른다. 불매운동이 장기화할 경우 SPC 가맹점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SPC계열사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겨울철은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등에 따라 케이크 수요가 높아진다. 사립·샤니 호빵 역시 겨울철 간식거리로 손꼽힌다. 그런데 불매운동의 여파로 관련 계열사는 예년만큼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SPC 불매운동에 따라 전국 가맹점의 매출은 평균 20% 감소했다.

소비재는 소비자의 직접 구매로 유통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 행동의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집단적인 불매운동이 촉발될 경우 타격이 적지 않은 품목이다. 그런데 SPC의 경우 프랜차이즈 사업구조 특성상 본사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 대한 피해가 더욱 크다고 한다. 잘못은 본사가 했는데 매는 가맹점주가 대신 맞고 있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점은 SPC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SPC는 최근 외부 인사로 구성된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근로환경 태스크포스를 출범했다. 근로환경 TF는 근로 환경 및 근무 여건을 개선해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SPC는 안전 경영에 더욱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통해 쇄신 의지를 보이고 있다.

SPC의 변화는 진행 중이지만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SPC를 향한 따가운 시선은 응당 감내해야 할 것이다. 다만 향후 SPC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판단은 그들의 행보에 달려있다. SPC가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다면 소비자는 굳이 개인의 선호를 누르고 불편을 감수하며 불매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케이크를 구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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