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때 아닌 유통산업발전법, ‘붉은 깃발법’ 반면교사 삼아야

김형규 기자 승인 2021.01.19 17:32 | 최종 수정 2021.02.23 10:12 의견 4
한국정경신문 김형규 생활경제부장

#19세기 말 영국에 ‘붉은 깃발법’이 있었다.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도록 하는 법이다. 증기 자동차가 전성기를 맞고 있었는데 영국은 마차사업을 보호하고 마부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 이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영국은 가장 먼저 자동차 산업을 시작했음에도 독일과 미국·프랑스에 뒤처지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규제가 신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아챌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의지를 나타내며 이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현재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총 14건이다. 법안 중에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적용된 월 2회 강제 휴무와 심야영업 금지를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로 확대한다는 안이 통과가 유력하다. 여기에는 스타필드나 롯데몰 등이 해당된다.

법안의 취지는 기존 대형마트 등에 적용된 규제와 마찬가지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기존에 월 2회 휴무를 시행하는 대형마트를 살펴보자. 대형마트 3사의 경우 전체 납품사의 92.8%가 중소기업이다. 대형마트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또한 대형마트에 임대로 입점해 영업 중인 소상공인은 연간 수천만원의 매출 피해를 입는다.

신선식품이 대부분인 농축수산물은 납품일정에 맞춰 생산·재배하는데 의무휴업 시에는 선도 문제로 상품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형마트 3사 416개가 강제휴무하면 일요일 하루 당 농산물 약 83억원, 축산물 약 50억원, 수산물 약 25억원 등 하루 158억원 가량의 매입이 감소된다. 이는 곧 농어민의 매출감소분이다.

복합쇼핑몰의 경우에도 중소상공인들이 60~70% 입점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월 2회 강제 휴무는 결국 중소기업과 농어민의 피해만을 키우는 꼴이다.

이와 더불어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규제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은 쿠팡, 마켓컬리, SSG(쓱)배송 등 자체 물류센터를 가지고 주문·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규제 대상에 추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이 통과되면 일부 품목은 로켓배송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새벽배송도 멈추게 된다.

이런 내용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로켓배송 덕에 그나마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했는데...”, “국회의원 월급을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게 상품권으로 줘라”, “새벽배송 덕분에 육아에 숨통이 트였는데..맞벌이 부부라 힘들게 됐다” 등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한 글들이 넘쳐났다.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 등은 유통시장의 새로운 혁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불과 5~6년 전만해도 상상치도 못했던 유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여기에 크게 만족을 했고 이는 시장 규모 확대로 이어졌다. 2015년 100억원이던 새벽배송 시장규모는 2020년 1조5000억원대로 150배나 커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 역시 고속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러한 혁신적인 유통산업의 혁명을 ‘유통산업발전법’이라는 규제로 또 퇴보시키려하고 있다.

한참 잘 나가는 자동차에 제한 속도 규정을 두어 자동차산업을 퇴보하게 만들었던 150년 전 영국 사례를 거울삼아 새로운 유통산업 앞에서 붉은 깃발을 흔드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아니라 ‘유통산업퇴보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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