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의 기관 통합을 추진하자 철도업계에서 방만경영과 서비스 품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효율성을 위한 구조조정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체적 계획없이 너무 급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의 통합울 추진하면서 철도업계에서는 방만경영과 서비스 품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사진=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

10일 철도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하고 내년 조직 통합안을 내놨다. 먼저 수서역 SRT의 좌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 통합을 시작으로 서울발 KTX와 수서발 SRT 교차운행이 추진된다. 이후 코레일톡과 SRT앱으로 나뉜 예·발매 시스템을 통합한 후 자연스럽게 기관 통합까지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서는 소비자 편익을 위한 서비스 통합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기관 통합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그 배경으로는 기관 통합에 따른 소비자 이익과 경영 효율성에 대한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령 일각에서 고속철 통합 운영으로 1만6000석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한 수치는 알려진 바 없다.

또 통합 논의과정에서 코레일과 SR노사를 제외하면 7~8명의 전문가와 소비자단체 대표와 간담회를 세 차례 가진 게 전부다. 그 흔한 공청회도 열리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방만경영이다. 유사한 조직이 합쳐지게 되면 업무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필수적인 데 이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겹치는 업무를 그대로 수행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조직만 거대해지는 꼴이다. 효율화를 위한 인력 구조조정, 조직 및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너무 급하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독점운영으로 인한 운임 인상 압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교차 운행과 예약 통합, 차량 증차 등을 통한 좌석 추가 공급 효과를 일정 기간 시험해 보는 단계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조직 통합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경영 효율화와 안전향상 측면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며 "통합의 목적과 방법, 기대효과 등을 포함한 명확한 비전제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조직 내 불협화음을 우려했다. 통합 기관 출범시 기관장 및 임원 비율에 따라 특정 기관 출신이 인사에서 차별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너무 앞서간 우려일 수 있지만 사실상 코레일이 에스알을 흡수합병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면서 에스알의 일부 직원들은 벌써부터 인사상 불이익을 걱정하기도 한다"며 "무엇보다 현재 (통합)명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점과 단점 등을 명확히 수치화하고 이점이 더 많다면 이후 이해당사자들과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 합리적 절차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