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요구에 혁신산업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답안을 내놨다.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 영입에 나선 것이다.
담보 위주 관행에서 벗어나 국가 핵심 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며 초혁신경제를 선도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7월 2일 경기도 용인시 블루캠퍼스에서 진행된 ‘2025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날 정부가 추진 중인 초혁신경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담 애자일(Agile) 조직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가운데 나온 첫 응답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중심의 금융 시스템을 개편하고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자금 물줄기를 돌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보유 주식의 위험가중치는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상혁 행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단순히 호응하는 것을 넘어 신한은행만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했다. 정부가 선정한 15대 프로젝트를 밀착 지원하는 전담 조직을 구성해 투자 물꼬를 틀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 행장이 올해 전략 목표 제시한 ‘밸류업 투게더! 본업의 혁신으로 미래를 향해 성장하는 견고한 은행’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자산 성장 중심의 영업 전략에 더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질적 성장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담보라는 안전지대에 머무르기보다 미래를 읽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혁신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길을 걷자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전문성 강화’에 있다. 신한은행은 특히 첨단 소재·부품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산업 분석 전문가를 신규 채용해 조직의 역량을 키운다. 이들은 국·내외 산업 이슈와 기술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신용 리스크와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중책을 맡는다.
이렇게 축적된 전문성은 투자 및 여신 관련 의사결정에 직접 반영한다. 또한 은행 내부 여신심사역들을 대상으로 산업 역량 교육도 실시한다. 은행 전체의 혁신산업 심사 역량을 한 단계 끌어 올려 금융 지원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이러한 행보는 이미 시장에서 증명된 ‘혁신 DNA’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은행연합회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40조6948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위인 하나은행(34조1808억원)은 물론 KB국민은행(32조2885억원), 우리은행(32조2316억원)과도 큰 격차다.
기술신용대출은 기업의 부동산 등 담보가 아닌 기술력과 사업화 가능성을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생산적 금융 상품이다. 신한은행이 혁신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알아보는 심사 역량과 과감한 투자 의지를 갖추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와도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 반도체, 초전도체,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첨단 산업 및 미래혁신 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전담 조직의 전문적인 분석과 심사 역량을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 자금이 투입되는 유망 기업들을 조기에 발굴한다. 여기에 맞춤형 금융 지원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담조직 신설을 통해 산업 성장에 필요한 금융 인프라를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에 부합하는 맞춤형 금융지원을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