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정부가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택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가계부채를 막겠다는 계산이지만 되레 흔히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생애 첫 주택 마련 및 신혼부부 등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 다세대 빌라들이 밀집한 주택가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30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같은 대출규제는 지난 28일 이후 계약부터 적용됐다.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1주택자가 6개월 이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새로 구입하는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는 내용이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돼 40년 만기 상품은 막히고 30년 이내로 제한된다.

핵심은 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며 6개월 이내 전입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의 LTV(담보인정비율)는 디딤돌(구입), 보금자리(전세) 등 정책대출 포함 80%에서 70%로 줄어든다.

사실상 서울과 주요 수도권에서는 현금이 부족한 저소득층 등 중산층 이하와 사회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2030세대의 내 집마련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가령 비규제지역의 경우 LTV 70%를 가정하면 소득이 4000만원인 경우 대출 가능액은 약 2억5000만원에 그친다. 구입할 수 있는 주택 가격은 약 3억6000만원 정도다.

소득이 6000만원일 때는 대출 가능금액이 약 3억90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주택 가격은 약 5억6000만원 수준이다. 만약 직장이 서울이라면 해당 지역 및 인근에 거주하는 것 조차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이미 계약을 마치고 대출 실행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는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이미 납부한 상황에서 6억원 이상의 대출 계획이 막힘에 따라 잔금 미납과 계약 파기, 위약금·소송 등이 발생할 여지가 남아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수순인 것은 맞다"면서 "다만 너무 급하게 추진되면서 되레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려는 사람이 피해를 입는 상황은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로 실질 혜택을 보는 것은 고소득자라고 입을 모은다. 해당 규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이 병행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이들은 6억원 한도에 도달조차 못하지만 고소득자는 이 규제를 무난히 넘기 때문에 6억원까지 대출을 다 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고소득 무주택자와 현금 부자는 이를 활용해 최적의 주택을 장만할 수 있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분양가와 무관하게 잔금 대출은 최대 6억원까지만 허용되는 구조로 이는 실질적으로 분양가 10억~12억원 이상의 중·고가 신축 아파트에 대해선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수요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건설사들의 분양률에도 타격을 줄 수 있고 때문에 지역별 차등화라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세와 월세 가격이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대출 규제의 효과는 길어야 6개월로, 가령 거래량과 상승률은 몇 달 동안 감소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겠지만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대출 규제를 한다고 전 재산인 집 한 채를 급매로 파는 집주인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대출규제에 적응할 것이고 결국 서민들이 거주하는 전세가격만 더 올라갈 것"이라며 "투기와 실거주 목적 사이에 정부의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생애 첫 주택 구입과 신혼부부 등에 대해서는 예외로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