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투기 큰손 놀이터된 토스뱅크 외화통장..일일 최대한도 1천만원 제한

일 거래한도 1000만원..월 한도도 4억→1억원으로 대폭 축소
엔저에 비정상적 환투기 극성..“0.1% 고객이 환전액 50% 거래“
시중은행 환전서비스는 재환전 시 수수료 부과..안전장치 마련
무료 환전 강점 내세웠지만..환투기 과열 예측 못해 내부 방비 미흡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3.20 10:38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평생 무료 환전 선언으로 ‘환테크(환전+재테크)’ 새바람을 이끈 토스뱅크의 외화통장에 일 거래한도가 생겼다. 기존 30만 미국 달러(약 4억원)던 월 거래한도도 1억원 상당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이른바 ‘큰손’들의 환테크가 사실상 막힌다.

20일 토스뱅크는 다음달 1일부터 토스뱅크 외화통장의 거래 한도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자료=토스뱅크앱 화면 캡쳐)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다음달 1일부터 토스뱅크 외화통장의 거래 한도를 변경한다. 일 거래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신설하고 월 한도를 기존 미 30만달러에서 한화 기준 1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기존 1회 거래한도였던 1000만원은 없어진다.

채우기(입금) 및 외화모으기(자동 환전)를 통한 환전금액이 원화로 환산해 일 또는 월 거래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환전처리가 막힌다.

앞서 토스뱅크는 지난 1월 환전 수수료 ‘평생 무료’를 내건 외환 서비스를 선보였다. 외화통장 하나로 전 세계 17개 통화를 24시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지난달 상품 출시 3주만에 환전 1회당 1000만원 한도를 뒀다. 재테크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토스뱅크 외화통장을 이용한 환테크 정보가 공유되면서 비정상적인 환전거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시 토스뱅크는 한 번에 1000만원 이상을 다빈도로 환전하는 0.1% 내외 고객이 발견됐다며 고객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1회 환전 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회 1000만원 한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환투기가 지속됐다. 1회거래 한도인 1000만원을 넘지 않는 금액으로 하루 10번 가량 다빈도 거래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특히 엔저 장기화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큰손들의 환투기 움직임이 기승을 부렸다. 주말에는 환율변동이 없는 점을 이용해 환율 고정이 시작되는 시점에 원화로 대량 환전 후 파킹통장에 넣었다가 환율 고정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환전하는 방식으로 이자수익을 얻는 방법도 동원됐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0.1% 고객들이 전체 환전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파악됐다”며 “하루에 10번 이상 사고 팔고 거래가 발생하는데 환율 변동에 따른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거래 한도를 설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토스뱅크의 외환 서비스가 과도한 환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24시간 환전 수수료 없이 무제한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투기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환테크 통장이나 플랫폼의 경우 사고팔때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타성보다는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일반적이었다. 토스뱅크가 환전 수수료를 없애며 이런 투자 공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차트를 보고 초단타성으로 매도매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도 토스뱅크의 외화통장 출시 이후 비슷한 무료 환전 외화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외화를 팔 때 만큼은 수수료를 적용한다.

지난달 출시한 신한은행의 ‘쏠(SOL) 트래블 체크카드’는 30종의 통화에 대해 100%의 환율 우대를 적용하지만 외화를 원화로 재환전할 때는 환율 우대가 50%까지만 적용된다.

하나은행의 ‘트래블로그’는 재환전 시 원화액의 1%를 수수료로 책정한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부터 환율 우대 100%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쿠폰 발급 형태로 횟수를 제한했고 재환전 시에는 수수료를 받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무료 환전을 선언했을 때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외환 비중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수준을 생각했지 큰손들의 초단기 환투기까지 예상하지는 못 했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방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고객 편의를 최대한 지키면서 외환 거래의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며 “무료 환전의 가치를 계속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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