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의문투성이"..팬오션 '무리한 증자' 속 노조 파업 태세

KDB산은 "올 상반기 내 거래 종결"
하림, 팬오션 유증 통해 3조원 마련 계획
노조 "무자본 인수..파업 수순 밟을 것"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1.18 10:51 의견 0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달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하림그룹)·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사진은 HMM의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자료=HMM)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최대 해운기업 HMM의 매각을 둘러싼 시장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의 취약한 자금력이 문제로 거론된다. 자회사이자 인수 주체인 팬오션을 통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무자본 인수' 시도라며 노조가 매각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하림그룹)·JKL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이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가는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인수 작업을 마치면 하림은 국내 1위 벌크선사 팬오션과 국내 1위이자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 HMM을 함께 거느리게 된다.

하림은 컨테이너선 위주의 HMM과 벌크선 위주의 팬오션을 통합한 선대를 꾸려 해운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시장에서도 HMM와 팬오션의 해운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를 갖는 분위기다. 이미 형성된 화주 네트워크를 공유해 영업력을 대폭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 측은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올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팬오션의 초대형원유운반선 '그랜드 보난자'. (자료=팬오션)

■ 하림, 팬오션 3조원 유상증자 리스크 부각

하림이 HMM을 성공적으로 품으면 자산이 42조8000억원으로 불어나 재계 27위에서 단숨에 10위권으로 뛰게 된다. 하지만 주식매매계약(SPA)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우선 하림은 전체 인수금액(6조4000억원) 중 2조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또 팬오션의 유상증자로 3조원 규모를 마련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채권 발행이나 자체 자금 등으로 충당해야 한다.

팬오션 유상증자도 쉽지 않은 전략이다. 하림지주의 팬오션 지분율이 54.72%라는 점을 고려할 때 3조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경우 하림지주는 1조640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림지주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662억원에 그치는 만큼 대규모 차입이나 보유 부동산 매각 고려가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러니 인수를 마치더라도 무리한 자금 조달에 따른 이자 부담과 기초체력 약화로 지속경영 가능성이 불투명하단 우려가 나온다.

HMM 노조가 최근 하림의 인수를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펼치고 있다. (자료=HMM해원연합노조)

■ HMM 노조 파업 수순.."구체적 자금조달 계획 밝혀야"

HMM 노조도 매각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HMM노조는 해원노조와 육상노조로 구성됐다. 해원노조는 지난 16일 사측에 단체협약 결렬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후 2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찬반 투표를 거쳐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앞서 하림이 HMM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반발하며 단체협약 결렬 통보 후 파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육상노조도 이달 말 정부의 1차 협상 결과를 보고 ‘준법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전정근 HMM 해원노조 위원장은 이달 11일 긴급토론회를 열고 "채권단은 노조의 공청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부도 HMM에 대한 무리한 인수 시도와 깜깜이 매각을 묵인하고 있다"며 "국내 해운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파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림이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인수 금융을 과도하게 받거나 계열사인 팬오션 유상 증자를 무리해서 추진할 경우 현금 유동성이 떨어진 하림이 HMM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팬오션의 실질적인 재무 부담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수 금액과 자금조달 방안, 주주 간 계약 내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주주 간 계약상으로 HMM의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무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하림지주에 대해서는 "인수 후 지배구조 등을 바탕으로 HMM의 핵심 자회사 포함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고 자금조달 구조에 따라 하림지주와 기타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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