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지주·은행, 책무구조도 제출 완료..내부통제위·이사회 감독 권한 등 온도차도

31일 시범 운영 마감 앞두고 책무구조도 제출 완료
이사회 의결·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 등 막판까지 분주
내부통제위 설치·이사회 감독 권한 등 세부 내용 달라
“책무구조도 도입 첫 시도..시범 운영 기간 중 개선할 것”

윤성균 기자 승인 2024.10.31 11:55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5대 금융지주와 시중은행 모두 책무구조도 제출을 완료했다. 법정 제출 시기를 2개월 앞당겨 시범 운영에 공동 참여하기로 한 것인데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 설치나 이사회의 책무구조도 이행 감독 권한 명시 등 디테일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이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신청 기간 마감을 앞두고 책무구조도 제출을 완료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당초 금융지주·은행은 내년 1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도록 기한을 부여 받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제도의 조기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시범 운영을 도입하면서 제출 시기가 이날까지로 앞당겨졌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지난 24일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하면서 첫발을 뗐고 하나은행은 25일 제출을 완료했다.

28일에는 금융지주 중에서는 처음으로 신한금융이 책무구조도를 제출했고 같은 날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책무구조도 제출을 마쳤다. 시범 운영 신청 마감을 이틀 앞둔 전날 KB금융과 국민은행, NH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이 줄줄이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하나금융도 마감 기한인 이날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시범 운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제출을 앞두고 막판까지 이사회 의결과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 등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각각 23일, 24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다. 우리금융은 18일, 우리은행은 21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고쳤고 하나은행도 23일 개정을 마쳤다. 책무구조도 제출 시점이 빨랐던 신한은행은 지난달 23일 일찌감치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손봤다. 농협금융도 전날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고 이날 개정 공시를 냈다.

이번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은 책무구조도를 반영해 내부통제 관련 항목들 바꾼 것이다. 공통적으로 임원들의 자격 요건에 ‘책무구조도에서 정하는 자신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전문성, 업무경험, 정직성 및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했다. KB금융과 하나은행은 이사의 자격요건에도 이를 추가했다.

우리은행은 은행장의 권한과 책임 항목에 ‘책무구조도를 마련하고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의 총괄 관리의무 이행’을 추가했다. 또 은행장을 제외한 이사 임원은 ‘책무구조도에서 정하는 자신의 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 등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조치를 해야 하며 그에 대한 사항에 관해 은행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른 은행들도 은행장과 주요 임원의 내부통제 제도 마련과 준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권한과 책임의 범위에 책무구조도를 반영했고 보고 의무까지 명시했다는 점에서 보다 구체화했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독 권한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도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할을 명확히 하도록 했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에 관한 심의･의결사항을 추가하고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도록 한 것이다.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은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에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에 관한 총괄 관리의무 이행을 감독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이사회가 ‘은행의 건전한 경영을 위해 내부 통제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고 통제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리스크한도 관리 등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은행장의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의 이행을 감독한다’고 명문화한 것이 눈에 띈다.

현재까지 내부규범을 개정해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 설치 근거를 마련한 곳은 하나·농협금융·농협은행 세 곳 뿐이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내부통제위 설치를 위해 내부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내부통제위는 이사회의 위임을 받아 내부통제 정책을 수립·승인하는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임원과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관리조치와 보고를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평가하고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위험관리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등 기존 이사회 내 소위원회와 통합운영이 허용됐기 때문에 별도로 내부통제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주요 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은 당초 통합운영도 검토했지만 현재는 별도의 내부통제위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금융권에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고 금융당국도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어서다.

연말까지는 내부통제위 설치 기한이 남아 있어서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 자체가 처음 시행하는 것이다 보니 이전에 참고할 만한 사례도 없고 은행마다 내부 조직 구조나 담당 업무가 달라서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시범 운영을 통해 금융당국의 피드백을 받아서 세부적인 부분들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