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HOT CEO]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가치 중심’ 성장 전략 빛났다

윤성균 기자 승인 2022.12.07 08:17 의견 0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도 저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면서 국내 및 글로벌 기업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각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혁신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남북관계, 고환율, 고금리 등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한 발 앞선 판단과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CEO는 악화된 경제 환경에서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생존을 위한 고민과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정경신문은 글로벌 위기에도 혁신의 리더십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낸 CEO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들의 성과와 비전에 주목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자료=하나금융그룹]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3월 취임했다. 10년 만에 수장 교체인 데다가 난관도 적지 않았다. 부정 채용 소송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징계 소송에서는 패소해서다.

이런 난관을 딛고 취임에 성공했지만 곧장 한국 경제 전체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위기를 맞았다. 유례 없는 속도로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것이다. 취임 1년차인 함 회장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 외형 성장에서 가치 중심 성장으로

취임 후 첫 행보부터 의외였다. 별도의 취임식 행사를 생략하고 첫 출근 장소로 집무실 대신 현장을 택했다. 당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동해안 현장을 찾은 것이다. 함 회장은 산불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소방대원들을 찾아 간식과 안전화 등 물품을 전달했다. 금융지주 수장으로서 소방대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우대금리·보험상품 등 금융지원도 약속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영업현장을 찾는 일은 종종 있지만 산불 현장 등 사회공헌활동 현장을 찾는 일은 드물다. 회장 취임을 계기로 그룹 미션인 ‘함께 성장하고 행복을 나누는 금융’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 6월 2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서울 명동사옥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새로운 비전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소개하고 있다. [자료=하나금융그룹]

지난 6월 함 회장은 취임 3개월을 맞아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그룹의 새로운 비전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선포하기 위해서다. 하나만의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미래·가치를 연결해 모두가 함께 누리게 될 금융 그 이상의 금융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함 회장이 비전 달성을 위해 새로운 중장기 전략목표로 내세운 것은 ▲Our Value(손님 가치) ▲New Value(사회 가치) ▲Extra Value(혁신 가치) 등 가치 중심의 성장전략이다. 새로운 비전이 그룹의 외형 성장이 아닌 가치 중심의 금융그룹으로의 전환에 방점을 찍은 것이 눈에 띈다.

■ 40년 현장 노하우, ESG경영에 담다

함 회장이 새로 정립한 가치 중심의 성장전략은 그간 부회장 시절 ESG전략총괄을 맡으며 쌓아온 경험과 철학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2020년부터 그룹의 ESG경영을 총괄했고 6대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을 겸임한 바 있다.

함 회장 취임 이후 하나금융은 가치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구하며 ESG경영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한 ‘어린이집 100호 건립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10월말 기준 총 65개의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또 사회 혁신기업 및 에코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ESG 더블 임팩트 매칭펀드’ 조성, 지역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한 ‘하나 소셜벤쳐 유니버시티’ 추진, 꿀벌 살리기 사업 ‘하나 비 컴백(BEE, Come Back) 농장’ 조성, 발달장애 예술가를 위한 ‘하나 아트버스’ 개최 등 굵직한 ESG경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함영주 회장이 울진소방서에 지원한 간식 차량에 직접 올라 소방대원에게 커피를 전달하고 있다. [자료=하나금융그룹]

ESG경영 확산을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 참여도 늘었다. 하나금융은 올해 5월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은행 간 리더십 그룹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 가입했고 유엔 여성 역량 강화 원칙(WEPs) 지지를 선언했다.

10월에는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탄소 감축 목표에 대한 승인을 얻었다. 하나금융은 SBTi 기준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8월 발간한 ‘ESG 임팩트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ESG경영 분야에 총 2조6227억원의 성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30% 성장한 것으로 올해는 더 높은 성장률이 기대된다.

■ 사회적 가치 창출 증명

함 회장의 가치 중심의 성장 철학은 금융의 본업에서도 효과가 나타났다. 올해 하나은행이 주요 시중은행들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금리 인상기에 금융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건강한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8월부터 매달 20일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고 있다.

8월 첫 공개된 은행권 예대금리차에서 하나은행은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1.10%포인트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예대금리차도 1.04%포인트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았다.

이런 추세는 10월까지 이어져 3개월 평균 하나은행의 예대금리차는 평균 1.07%포인트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KB국민은행은 1.20%포인트, 신한은행 1.19%포인트, 우리은행 1.24%포인트, NH농협은행 1.63%포인트로 하나은행보다 높았다.

이는 하나은행이 다른 은행에 비해서 대출은 낮은 금리로, 예금상품은 높은 금리로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재확산 및 소비자 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소비자의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함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취약계층과 신동반성장을 위해 연간 26조원 규모의 ‘하나로 연결되는 행복금융’ 프로젝트 실시를 발표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민생안정 과제에 동참하고 하나금융만의 자체 금융 프로그램들을 발굴해 사각지대 없는 민생안정 금융지원을 실시하기 위해서다.

그는 “대내외 경제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금융이 먼저 앞장서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장의 손님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금융지원을 위해 하나금융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내년 '함영주 색깔내기' 본격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자료=하나금융그룹]

내년 임기 2년차를 맞는 함 회장이 그룹 인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관심이 쏠린다. 취임 후 첫 인사인데다가 올해 새 비전을 선포하며 경영 혁신의 의지를 내비친 만큼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내년 최대 경영 과제로 비은행 부문 강화가 꼽힌다. 하나금융은 증권·보험·카드·캐피탈 등 풍부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비은행 계열사들은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함 회장도 취임 당시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3대 전략 중 하나로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을 꼽았다. 우선 은행과 증권 양대 성장엔진을 완성한다. 다음으로 카드·캐피탈·보험을 주력 계력사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비은행 사업 부문 인수·합병(M&A) 및 그룹 내 관계사간 기업금융 협업을 강화하는 등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을 예고했다.

올해 임원 인사와 내년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부터 함 회장의 비은행 재편 시나리오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경력 및 약

1980년 9월 서울은행 입행

2002년 11월 서울은행 수지지점장

2004년 3월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2005년 10월 하나은행 가계영업추진부장

2006년 1월 하나은행 남부지역본부장

2008년 1월 하나은행 충남지역본부장

2009년 1월 하나은행 대전지역본부장

2013년 1월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부행장

2015년 9월 KEB하나은행장

2016년 3월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2022년 3월~현재 하나금융그룹 회장

■ 경영비전

하나로 연결되는 모두의 금융

■ 한줄 어록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이를 경영에 반영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장 우선 금융지원에 앞장서겠다.”

-2022년 3월 취임 후 첫 행보로 강원 동해안 산불지역을 방문해 현장 우선주의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고객은 하나금융그룹의 존재 이유이며 변화의 나침반이자 가치 판단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다.”

-2018년 8월 손님불편제거위원회 출범식에서. 함영주 회장의 고객 중심 철학이 엿보인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함 회장은 손님불편제거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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