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선택] ① '3세·70년대생' 경영 시대..지배구조·전기차 넘어야 산다

김진욱 기자 승인 2020.10.23 09:31 | 최종 수정 2020.11.13 18:23 의견 0
정의선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신임 회장 (자료=현대·기아차그룹)

현대자동차 그룹이 20년만에 '정의선 회장 시대'를 개막했다. 동시에 한국 자동차 산업을 견인하는 현대차 그룹의 미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의선 신임 회장은 지난 2년여간 현대차 그룹 부회장 직분을 수행하면서 수많은 성과를 내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최근에는 국내 완성차 시장의 2배 규모에 이르는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또한 말썽 많았던 세타2 GDI 엔진에 대한 3조4000억원에 이르는 충당금을 과감히 설정하는 등 해묵은 '숙제'를 해치웠다. 이같은 행보에 일부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기아차 그룹 전체의 지배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적지 않은 정의선 신임 회장과 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3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한국정경신문=김진욱 기자] 예고된 변화였지만 현대자동차 그룹의 '정의선 회장' 체제는 3세 경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정몽구 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그룹을 이끌었다는 '호의적 평가'가 있다. 반면에 '브랜드 가치 세계 5위'에 걸맞는 성장동력을 발굴해 낼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 유보적' 견해도 있다.

■ '브랜드 가치 세계 5위' 기업의 3세경영 시대 열어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임시 이사회에서 정의선 당시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20년 만에 현대차 그룹 리더십의 공식 교체를 선언한 자리였다.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을 맡아 사실상 그룹 경영을 주도해 왔다. 지난해 3월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올해 3월에는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이번에 명실상부 그룹을 대표하는 총수 자리에 우뚝 섰다. 현대·기아차그룹은 고 정주영 선대 창업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3세 경영시대를 맞았다.

정의선의 새로운 리더십은 이미 2년 동안 많은 것을 일궈냈다.

대표적으로 정 신임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을 이끌었다. 제너시스는 현대차 브랜드를 넘어서는 고급 브랜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미래에 대한 적절한 투자도 현대차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돋보이게 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한 정 회장은 전기차와 수소차에 집중해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해왔다.

이를 위해 기존 현대차와 기아차의 '순혈주의' 전통을 깨고 과감하게 외부 인재 영입해 조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외에 글로벌 협업·투자 등으로 성과를 내며 그룹 안팎에서 입지를 굳혀왔다.

대표적으로 기아차 대표이사 시절 세계 3대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 경영'을 앞세웠다. 이를 통해 국내외 브랜드에 밀려 적자에 허덕이던 기아차를 단숨에 흑자 기업으로 체질을 바꿨다.

■ 전기차·지배구조 등 미래 경영 토대 구축에 '승부수'

현대·기아차 그룹은 전기자동차 시대에 핵심 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앱티브(Aptiv)'와 합작으로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업 '모셔널(Motional)'을 설립했다. 그리고 전기차 기술 개발을 위해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Rimac)'에 투자해 고성능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국내외 자동차 기업들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독주 하고 있는 테슬라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동차 기업을 넘어 데이터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을 꿈꾸는 테슬라의 혁신을 그나마 따라갈 수 있는 기업으로 현대·기아차를 꼽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쌓여 있다. 그 중에 탄탄하지 못한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첫손에 꼽는다.

현대차 그룹의 핵심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이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은 지난 6월말 기준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모비스 0.32% 수준에 불과한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외에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오토에버 19.47%, 현대엔지니어링 11.72%, 현대위아 1.95%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1.43%를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다. 이 때문에 정 의선 회장은 그룹 전체 장악을 위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여야 한다. 하지만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단 0.32%다.

여기서 정몽구 명예회장이 소유한 7.1%를 상속해야 지분율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50%가 넘는 상속세를 내고나면 얼마 남지 않는 지분만 남는다. 이 때문에 거액의 상속세 마련을 위한 재원 발굴에 발목을 잡혀 있는 실정이다.

앞서 현대차 그룹은 지난 2018년 한 차례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에 지배구조 개편을 실행하지 못했다.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을 꿈꾸고 있는 정의선 선장의 현대차 그룹이 어떻게 이러한 난관을 풀어나갈 것인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는 "올해 이제 51세인 정 회장의 나이가 그룹 총수로서 많지도, 적지도 않다"면서 "경영 수업으로는 충분한 세월이고, 향후 그룹 미래를 점치기엔 부족한 경륜"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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