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큰 손 납시오’.. HUG, 대항력 포기에 셀프 낙찰까지 활발

경매시장 활기..HUG 대항력 포기 물건 많아져
공공주택 사업자 지정되고 셀프입찰 횟수↑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6.10 11:15 의견 0
경매법정 안내 표지판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부동산 시장 불황이 이어지면서 경매 시장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다시 낙찰가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항력( 임차인이 제3자에게 자신의 임대차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을 포기하는 물건이 늘고 있는 데다 셀프낙찰 횟수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10일 지지옥션은 지난 5월 수도권 오피스텔(주거용) 경매 진행 물건은 831건으로 역대 최다 규모라고 밝혔다.

경매 진행 건수와 함께 낙찰률도 최근들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낙찰률은 27%다. 이는 2022년 12월 30.5%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낙찰가율은 77.5%, 물건 당 평균 응찰자 수는 2.97명이다. 낙찰가율 역시 2022년 10월 95.7% 이후 70~80%대를 기록하고 있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된 금액 비율을 뜻한다.

이 같은 현상은 임차권이 설정된 물건에 대해 HUG가 임차인 대항력을 포기하면서 낙찰자 인수 부담이 감소한 영향으로 보여진다.

보통 1~2인 가구가 많이 선택하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소액 임차인들이 많다. 임차인들은 입주 시 전세사고 위험을 막고자 HUG보증보험 상품을 이용한다. 이 상품을 이용할 경우 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HUG가 대신 지불해 준다. 동시에 HUG가 해당 물건에 대한 대항력을 갖게 된다.

경매시장에서 대항력은 입찰자에게 있어 중요한 고려 요소다. 대항력 있는 물건은 낙찰받았을 경우 추가로 인수해야 하는 자금이 많아진다. 이에 물건 입찰 전 권리분석을 통해 대항력이 있는 물건으로 보여질 때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면 쉽게 입찰을 포기하게 된다. 추가 비용 요소까지 고려하면 시세보다 더 비싸게 낙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HUG가 보증금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법원에 대항력 포기를 직접 신청하고 있다. 지속된 유찰로 인해 HUG가 보증금 전액 회수는 커녕 1원도 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항력을 포기함으로써 경매 진행을 원활하게 만들어 낙찰대금에서 일부라도 변제받고자 하는 것이다.

한 경매 전문가는 “전세사기 여파로 HUG의 전세 보증사고액 역시 크게 증가했다”라며 “채권회수율이 떨어지면서 소액이라도 우선변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다보니 대항력을 포기해 일부라도 변제받고자 하는 계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HUG의 전세보증 대위변제액 연간 회수율은 2019년 58%에서 지난해 말 14.3%까지 떨어졌다.

HUG가 직접 낙찰을 받는 경우도 낙찰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HUG의 매입임대주택 공급과 깊은 관계가 있다.

현재 HUG는 매입임대주택인 '든든전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든든전세는 시세 90% 수준의 전세 형태로 최장 8년간 임대하는 제도다. 든든전세 물량 공급을 위해 HUG는 강제경매를 신청한 주택을 스스로 낙찰받아 새로운 임차인에게 전세를 준다. 이렇게 되면 새롭게 받은 보증금만큼 HUG가 손해를 만회할 수 있다.

정부는 든든전세 사업을 위해 지난 4월 초 매입임대주택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HUG를 공공주택 사업자로 지정했다. 기존에는 HUG가 공공임대사업자 지위가 없어 주택을 직접 매입해 공공임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공공주택 사업자로 지정된 후 5월 HUG가 경매시장에서 직접 낙찰받는 빌라는 302가구에 이른다. HUG는 올해 3500가구와 내년 6500가구 경매 낙찰을 목표로 하고 있다. HUG의 셀프 낙찰로 지난달 전국 빌라 경매 낙찰건수는 1005건(낙찰률 25.7%)으로 2008년 3월(1013건) 이후 16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한 경매 전문가는 “물건을 경매시장에 넘기는 역할에서 직접 입찰자의 역할까지 하면서 낙찰가율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HUG와 경쟁에서 이기고자 일반 입찰자들도 입찰가를 더 높게 쓸 확률이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낙찰가율이 높아져 어느 측면에서든 HUG 손실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쌓여있던 물건이 소진되면서 낙찰률이 상승할 수 있다”라며 “상계신청 가능한 범위에서 낙찰가를 산정할 수 있어 낙찰가율도 역시 동반상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HUG가 내야 할 경매 낙찰대금과 우선변제권을 갖고 있는 전세보증금은 서로 상계처리할 수 있다. 이에 HUG가 낙찰 시 투입하는 비용은 취득세 같은 제반비용이 전부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 같은 경매 낙찰가율 상승은 인위적이기 때문에 빌라시장 자체가 살아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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