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피 매물도 외면하는 소비자들..“시장 흐름에 맡겨야”

미분양 규모 커지는 주택 시장, 서울·수도권보다 지방이 더 심각
최초 분양가 보다 저렴해도 소비자 외면
전문가들 "미분양 사태 해결 쉽지 않아"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3.07 08:42 의견 0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전국의 미분양 주택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분양 시장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는 기존 분양가보다 저렴한 매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애초 미분양 물량이나 잔금 납부가 어려운 수분양자들이 팔려고 내놓은 물량 해소를 위해 각종 유인책이 등장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전문가들은 시장 원칙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하면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2% 늘어난 6만3755가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지방에 있는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2.2% 증가한 5만3595가구를 기록했다. 지방에 있는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지방의 경우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올해 1월 기준 1만1363가구로 전월보다 4.7% 늘었다.

시·도별 미분양 물량을 살펴보면 대구가 1만124가구로 가장 많고 경북 9299가구, 경기 6069가구, 충남 5436가구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방에서의 미분양 물량에 대한 우려는 서울, 경기, 수도권보다 더 크다. 수도권은 실거주는 물론 투자 수요가 꾸준한 곳이기 때문에 지방의 미분양 물량보다는 부담이 덜한 측면이 있다.

높은 금리 부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요인의 영향을 받아 높게 책정된 분양가로 중도금은 물론 입주 시 지불해야 하는 잔금을 치르기 힘든 상황이 조성되는 탓에 수요 심리가 한껏 위축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 “결국 시장 논리 따를 수밖에..미분양 문제 해결, 시장 흐름에 맡겨야”

분양에 어려움을 겪자 공급자들은 선납할인분양이나 중도금 무이자 지원, 중도금 이자 후불제 등 다양한 혜택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전국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쌓인 대구의 경우 수분양자들이 애초 분양가보다 저렴한 마이너스피를 붙여 분양권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대변하고 있다. 수분양자는 분양계약까지는 체결했지만 아직 소유권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인 사람들을 의미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기대 심리가 꺾인 상태”라며 “기존 분양가보다 몇천만 원이 저렴해도 더 큰 가격 하락에 대비하는 탓에 적극적인 매수세가 유입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대출 부실, 건설업 불황 등 미분양 주택에 대한 위험성은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해결책 제시는 쉽지 않다는 점은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건설사의 할인 분양이나 중도금 무이자 지원책 등을 통해 미분양 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지만 최초 분양자들은 시세 하락이라는 불안감을 마주할 수 있다”라며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결국 시장의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미분양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방법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비슷한 취지의 분석을 내놨다. 윤 연구원은 “지금의 미분양은 지방의 경우 공급과잉이 초래한 결과”라며 “원자재값 상승, 높은 금융 비용 등으로 역마진 가능성이 높은 건설사들의 할인 여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건설 인허가 제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지방자치단체가 건설 인허가를 더 신중하게 검토하면서 공급 과잉을 해결하고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 조정이 차츰 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향후 주택 시장 개선을 예측하는 지표도 부정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4.8포인트 하락한 81.4로 나타났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부정 전망을 의미한다.

수도권, 울산, 세종은 향후 분양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업자가 많았던 반면 대구, 부산, 대전 등은 부정 전망 기조가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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