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억대 희망퇴직금 사라지나..금융당국, 5대 은행 성과보수체계 '정조준'

5대 은행 희망퇴직자 1인당 5.4억원 지급..총 규모만 1.5조원
금융당국 “주주와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해야 할 것” 지적
은행권 “성과보수체계 개선하려면 임직원·노조 공감대 필요”
“외국계 은행도 억대 퇴직금인데”..글로벌 은행과 비교하자는 당국

윤성균 승인 2023.03.17 11:35 의견 0
5대 시중은행 본점 전경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당국이 5대 은행의 억대 희망퇴직금을 손본다. 1인당 평균 5억4000만원에 달하는 희망퇴직금이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며 글로벌 주요 은행과 비교해 개선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공개한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 자료를 통해 5대 은행의 1인당 평균 퇴직금이 5억4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퇴직당시 30일간 평균임금에 재직년수를 곱한 법정퇴직금에 노사 합의와 은행장에 의해 결정되는 특별퇴직금(26~36개월 임금)을 더한 것이다. 희망퇴직자 1인당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6억2000만원의 퇴직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5대 은행의 지난해 희망퇴직금 총 규모는 1조5152억원이었다. 5대 은행의 전체 인건비인 10조7991억원에서 14%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국세청의 퇴직소득 자료에서 2021년 귀속 기준 퇴직소득자 330만4574명의 1인당 평균 퇴직금이 1501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은행권의 과도한 희망퇴직금 규모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금융위에 “은행의 돈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배경이 됐다.

이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희망퇴직금은 은행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으나 상당히 큰 규모의 비용이 소용되는 의사결정인 만큼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며 “희망퇴직금 지급수준의 경우, 단기적인 수익 규모에 연계하기보다는 중장기적 조직·인력 효율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며 주주와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와 국민정서에 부합하게 희망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은행의 재무상태와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퇴직금의 적정 수준이 결정돼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에 참여한 실무작업반 참석자들도 “은행 성과보수체계를 단기적인 수익과만 연계하기 보다는 은행의 공공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해외 금융사는 경영진의 성과를 국민과 시장이 알 수 있게 매우 투명하게 공개하는 점을 고려해 보수위훤회 안건 공개, 세이온페이(Say-On-Pay) 도입 등 성과보수체계를 적극 공개·공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 중인 세이온페이는 경영진이 주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수를 결정할 수 없도록 경영진의 급여 지급 현황을 주주총회 등에 상정해 심의받게 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사보수 한도에 대해서만 주총에서 승인받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은행권은 “성과보수체계 개선은 경영진뿐 아니라 임직원·노조가 함께 고민하고 동의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우수한 인력 채용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보수체계 개선과정에서는 다양한 사항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인건비 비중과 개별 보수의 구성, 희망퇴직금 등에 대해 글로벌 주요은행과 비교분석해 추가 개선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에서 희망퇴직제도가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은행들의 체질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당국에서 희망퇴직금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제기한 만큼 일부 조건이 하향될 수는 있다고 봤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도 국내 시중은행보다 더 나은 조건에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봐야 조정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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