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속 중저신용자 품은 인뱅 괜찮나..연체율·보유 유가증권 등 ‘부실 뇌관’

스타트업 특화 SVB, 고금리 직격탄..특정 여신 집중돼 부실화
중저신용자 집중한 인뱅 3사..연체율 급등·유가증권 비중 등 우려
“인뱅도 1금융권 건전성 유지..특화은행 SVB와 비교 어려워”

윤성균 승인 2023.03.14 11:23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스타트업에 특화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파산하자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해 온 국내 인터넷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 대비해서도 채권 평가 손실이 우수하다며 건전성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리 인상기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 부실 우려는 상존해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SVB의 파산은 벤처금융에 특화된 SVB의 부채 및 자산 구조와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가 맞물리며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고객인 미국 스타트업들이 긴축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SVB에서 대거 예금을 인출한 것이 이번 파산의 단초됐다.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SVB는 보유한 장기 채권을 내다팔았는데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장단기 금리차로 손실이 커지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업계는 SVB의 파산이 특정 산업에 초점을 맞춘 은행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정 여수신 부문에만 집중하는 경우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에서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권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곳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 25.4%, 케이뱅크 25.1%, 토스뱅크 40.37%에 달한다.

중저신용자 대출의 경우 고신용자에 비해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로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은 시중은행 대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작년 말 연체율은 0.49%로 1분기 말 대비 0.23%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3분기 말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0.67%로 같은 기간 0.19%포인트 상승했다. 토스뱅크의 작년 3분기 말 연체율은 0.26%포인트 오른 0.30%를 기록했다.

이는 4대 은행의 1월 신규 연체율 평균이 0.09%임을 감안하면 3~7배 가량 높은 셈이다.

자산 구조 측면에서도 인터넷은행들이 시중은행 대비 리스크에 더 많이 노출됐다. 특히 SVB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수신 대비 작은 여신 규모와 과도한 유가증권 보유 등의 특징이 인터넷은행에서도 일부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총여신(은행 계정)을 총수신으로 나눈 여수신 비율은 모두 90% 이상이었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3분기 기준 수신 규모는 34조5560억원, 여신은 27조4616억원으로 여수신 비율은 79.5%로 낮았다.

케이뱅크 3분기 수신 규모는 13조4909억원, 여신은 9조7783억원으로 여수신 비율은 72.5%였고 같은 기간 토스뱅크의 수신은 23조1445억원, 여신은 7조1292억원으로 여수신 비율이 30.8%에 불과했다.

이는 인터넷은행들이 시중은행 대비 채권이나 유가증권 투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인터넷은행의 총자산 대비 유가증권 비중을 살펴보면 카카오뱅크는 총자산 40조8398억원 중 유가증권은 9조6074억원으로 23.5% 비중을 차지했다.

케이뱅크는 총자산 15조5405억원 중 유가증권은 4조4386억원으로 28.6%를 차지했다. 토스뱅크의 경우 총자산 27조3589억원 중 유가증권이 17조6040억원으로 64.3%를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총자산 대비 유가증권 보유 비중이 20%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은행이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 부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SVB 파산은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의 평가 손실이 컸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은행도 채권 평가 손실이 자본 대비해서는 양호한 편이기 때문에 SVB 사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인터넷은행 관계자도 “SVB는 미국에서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특수은행이고 사업구조와 보유 자산 성격 자체가 국내 인터넷은행과는 워낙 다르다”면서 “인터넷은행도 1금융권 은행이다 보니 은행에 요구되는 재무적 건전성이나 고객 보호가 준수되고 있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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