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에 국내 은행 건전성 우려 확산..“자산운용 방식 달라”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3.13 14:30 의견 0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고강도 긴축과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미국 스타트업 전문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지만 국내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은행들의 건전성이 양호하고 SVB와 자산운용 방식이 달라서다.

13일 금융권 및 외신에 따르면 SVB 파산은 고금리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고객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지면서 벌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기술기업들에 몰리면서 SVB의 총예금은 2021년에만 무려 86% 급증했다.

SVB는 그동안 늘어난 예금을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는데 갑자기 늘어난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그동안의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SVB가 큰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이 발생했고 미 금융당국은 SVB 폐쇄를 결정했다.

금융계에서는 일단 이번 사태가 미국 일부 은행만의 문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은행의 경우 SVB와 달리 팬데믹 기간 늘어난 유동성을 유가증권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기 보다는 주로 대출에 활용했다.

국내 은행들이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을 통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역설적으로 전통적인 이자 장사에 치중한 점이 금리 상승기 투자 리스크를 줄인 것이다.

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은 양호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5%에 불과하다.

SVB 파산을 불러온 뱅크런 가능성도 국내에선 크지 않다. SVB의 경우 주 고객이 기업이다 보니 예금자보호한도(25만달러)를 넘는 고액 예금이 많았고 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다시 예금주들이 예금을 인출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반면 국내 예금자보호법상 보호 한도는 5000만원이지만 기업보다는 가계, 고액보다는 소액 예금의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뱅크런이 발생할 확률 자체가 낮다.

시중은행의 경우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할 위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연 ‘시장 상황 점검 회의’에서 “SVB 사태가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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