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펀드 '전액 반환' 수용 기한 다가오는데..피해자만 '발동동'

신한투자증권·우리·하나은행 등 전액 반환 결정 수용 기한 눈앞
라임무역·옵티머스 펀드 등 조정안 수락 기한 연장 신청 사례
길어지는 내부 검토..제재심 마무리돼 결정 서두를 필요성↓
피해자들 “지주사인 신한금융에서 나서서 수용 결정해야”

윤성균 기자 승인 2022.12.08 11:38 의견 0
8일 금융정의연대와 독일 헤리티지 피해자연대 등이 신한투자증권 지주사인 신한금융지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금 전액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윤성균 기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독일 헤리티지펀드 전액 반환을 결정한 금융당국의 조정안의 수용 기한이 십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판매사들은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끝나 조정안 수용에 적극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결국 거액의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조정안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압박에 나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안이 각 판매사에 통보됐다. 같은 달 21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사유로 한 전액 배상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분조위는 해외운용사에서 상품제안서 대부분을 거짓 또는 과장되게 작성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게 인정된다며 판매사에 투자금 전액을 되돌려 줄 것을 권고했다. 독일 헤리티지펀드의 주요 판매사는 신한투자증권(3907억원), NH투자증권(243억원), 하나은행(233억원), 우리은행(223억원), 현대차증권(124억원), SK증권(105억원) 등 6곳이다.

이들 판매사는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오는 19일까지는 수락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앞서 전액 반환이 결정된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사례처럼 기한 내 결론을 못낼 가능성도 있다. 당시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주요 판매사인 신한투자증권·우리은행·하나은행 등은 이사회에서 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론 짓지 못하자 다음 이사회 일정까지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NH투자증권도 전액 반환이 결정된 옵티머스펀드의 조정안 수락을 놓고 답변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답변 기한 연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조위 결정을 수락할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법률 검토 등을 이유로 수락 기한을 요청할 경우 연장해주는 것이 분쟁조정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독일 헤리티지펀드의 경우 금융당국의 주요 제재 심의가 마무리된 점도 판매사들의 조정안 수락 여부를 늦추는 요인이다.

지난해 진행된 라임CI펀드 관련 제재심에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분조위 권고를 신속하게 수용하면서 피해 구제 노력을 인정 받아 제재 수위가 한 단계 낮아진 바 있다.

하지만 독일 헤리티지의 경우 신한증권이 지난해 8월 헤리티지와 라임펀드 등 부당권유 금지 위반으로 업무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40억8000만원 처분을 받았다. 하나은행도 올 1월 라임·이탈리아헬스케어·독일헤리티지펀드 등 불완전판매로 일부 영업정지 3개월을 통보 받았다.

이렇게 CEO 징계 등 제재 리스크가 없는 만큼 조정안 수락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 판매사들의 판단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분조위의 원금반환 권고 결정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논의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세부 일정에 대해서는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사 관계자도 “판매사들이 개별적으로 수락 여부를 검토하겠지만 마지막 날짜에 맞춰 결정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판매사들이 조정안 수락을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헤리티지펀드 피해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환매 중단 3년 여만에 나온 전액 반환 결정인 만큼 판매사들이 신속하게 이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금융정의연대와 독일 헤리티지 피해자연대 등은 8일 오전 신한투자증권 지주사인 신한금융지주 앞에서 원금 전액 배상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은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날이기도 하다.

피해자연대 관계자는 “분쟁조정 결과는 20일 이내 수용해야 하고 연장 신청을 하면 2주의 시간이 생기지만 시간을 끌수록 신한금융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만 낮아질 뿐”이라며 “신한금융이 적극 나서서 신한투자증권이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게 원금 전액을 배상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연대는 신한투자증권이 분쟁조정 결과를 신속하게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둔 신한금융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피해자연대는 신한금융에 분쟁조정 수용 촉구 서한을 직접 전달했다. 나머지 5개 판매사에도 촉구 서한을 별도로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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