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코인한입] 다단계 코인,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잔혹한 구조

“이번에 나온 AI 채굴 코인인데 바로 이자가 나오고 11월에 글로벌 거래소에 상장한다고 하는데, 나는 2000만원 정도 투자했는데 이거 어떨 것 같아?” 얼마 전 지인이 내게 꺼낸 말이다. 순간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그거,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에요. 원금 보장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고, 절대 하지 마세요” 내 대답은 단호했다.

지인은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본다며 불쾌해했고, 투자에 대해 맹신하고 있던 그는 다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결국 우리는 예전처럼 편하게 지내지 못하게 됐다. 안타깝지만 누가 봐도 뻔했다. 다단계 코인에 잘못된 투자로 손실을 보는 것에 대해 걱정되어 몇 번 더 말렸지만 전혀 듣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크립토 업계에서 2018년부터 다양한 투자와 기업들의 사례를 경험해본 나로서는 이후에 벌어질 일을 이미 예상할 수 있었다. 친구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며 투자금을 늘렸고, 그 과정에서 다른 지인들에게까지 “안전하다, 확실하다”라며 권유했다. 결국 그가 믿었던 시스템은 무너졌다.

투자금은 돌려받지 못했고, 상장 후에도 코인을 팔지 못하도록 락업이 걸려 있어 엑시트할 수 없었다. 그를 믿고 투자했던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었다. 처음에는 권유자, 즉 가해자의 위치에 있었지만, 결국은 본인 역시 거대한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바로 이것이 다단계 코인의 잔혹한 구조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가 된다. 돈만 잃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파괴되며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도 무너진다.

이런 구조는 낯선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바 있다. 브이글로벌, 휴스템코리아, 코인파크 같은 사건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브이글로벌은 2조 원대 피해를 일으켰고, 휴스템코리아는 원금 2.6배 보장을 내세워 1조 원대 피해를 냈다. 코인파크 역시 온라인·오프라인 설명회를 통해 고령층을 현혹하다가 사이트를 닫고 사라졌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똑같다. 초반에는 실제 수익을 일부 지급하며 신뢰를 쌓고, 지인 권유를 통해 확산된다는 점이다. 결국 피해자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되고, 사기는 끝내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이름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언제나 같은 다단계식 코인 사기다.

사기범들의 수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흔한 미끼는 “원금 보장”과 “고수익 약속”이다. 하지만 세상에 원금을 보장하는 투자는 없다. 또 다른 특징은 출금 제한과 포인트 지급이다. 처음에는 소액의 수익을 주면서 신뢰를 쌓지만 현금이 아닌 자체 발행한 코인이나 포인트로 지급하면서 “조금만 기다리면 더 오른다”는 말로 발을 묶어둔다. 결국 현금화는 불가능하고, 신규 투자자가 끊기면 시스템은 곧바로 붕괴한다.

이 과정에서 지인 권유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된다. 가까운 사람이 권유하면 의심보다 신뢰가 먼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피해자가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 나의 친구처럼 처음에는 확신을 가지고 지인을 설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다단계 판매 방식은 예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전기장판과 건강기구, 그다음은 다이어트 식품과 화장품, 그리고 이제는 코인과 가상자산이 무대에 올랐다. 시대에 따라 상품만 바뀌었을 뿐, 구조는 그대로다. 고수익 보장, 지인 권유, 초기 수익 지급, 권위의 포장. 다단계 사기의 핵심은 언제나 같다.

그래서 투자자가 알아야 할 것은 확실하다. 지인이 다가와 “이거 투자하면 돈 된다”라고 말한다면 그 순간부터는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진짜 돈 되는 정보라면 애초에 남에게 공유하지 않는다. 돈이 되는 기회는 조용히 자기만 챙기는 법이다. 따라서 내게까지 흘러들어온 순간 이미 의심부터 해야 한다.

특히 상대방의 입에서 ▲원금 보장 ▲고수익 보장 ▲최소 수익률 보장 ▲이자 지급 ▲글로벌 거래소 상장 예정 ▲회원 모집 보상과 같은 키워드가 나오면 무조건 걸러야하니 꼭 기억하길 바란다.

다단계 코인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가 되는 잔혹한 구조다. 나의 경험처럼 인간관계까지 무너뜨리며 삶을 흔드는 이 사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멈추고, 의심하고, 확인해야 한다. 그것만이 다단계 코인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