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정제마진이 올해 초와 비교해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업계 2분기 실적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증권가는 21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급의 여파로 국내 정유업체의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21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2분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4달러대로 1분기 12.6달러와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것이며 일반적으로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삼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정제마진이 15달러대까지 상승하며 국내 정유업계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4달러대의 정제마진 수준에선 공장을 돌려도 적자가 발생하거나 마진을 남길 수도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정유사업 비중이 큰 에쓰오일(S-OIL)은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급증해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달성했다. SK이노베이션과 HD현대오일뱅크도 정유 부문이 흑자로 돌아서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2분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면서 정제마진은 축소됐다.

중국과 인도에서 서구권의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산 원유를 싼 가격에 들여와 정제설비를 가동한 결과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중국 내수 수요 둔화로 석유제품 수출이 증가해 역내 물량 공급이 늘어난 점도 정제마진 하락의 원인으로 평가된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를 방출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 급락도 악재로 작용했다.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는 동안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재고를 저가에 판매해야 해 수익성이 악화한다.

전통적으로 유가를 밀어 올리는 드라이빙 시즌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요는 기대만큼 활발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휘발유 배럴당 가격은 4월 102달러에서 6월 88달러 수준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선 국내 정유사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은 191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7.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신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을 전 분기 대비 87.1% 감소한 760억원으로 분석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67.9% 감소한 98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증권가는 6월을 기점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있어 올해 하반기에는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