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내 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 여건을 점검한 결과 중간 목표치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은행 금융배출량감축 중간목표와 목표금융배출량 대비 초과배출량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최근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관리 현황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은 지난해 기준 1.57억톤(t)으로 추정된다.

금융배출량은 금융기관들의 탄소배출 감출 노력을 측정·평가하는 지표로, 신용 공급(대출이나 주식·채권 매입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부분을 말한다.

현재 상당수의 국내은행들은 2050년까지 금융배출량을 넷-제로(Net-zero)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선언하고 금융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전략 등을 자율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기간산업에 대한 기업신용 비중이 높은 특수은행이 80.0백만톤으로 전체 국내은행 금융배출량의 50.8%를 차지했고 시중은행은 66.5백만톤으로 전체 금융배출량의 42.2%를, 지방은행은 10.9백만톤으로 6.9%를 차지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금융배출량이 76.2백만톤으로 전체의 48.4%를 차지했으며 서비스업은 51.6백만톤으로 32.7%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21년 1.68억톤을 기록한 이후 2022년(-0.7%)과 2023년(-5.8%) 연속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발전 부문을 중심으로 감소하면서 Scope 2(간접배출) 탄소배출 비중이 높은 다수의 서비스업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이 최근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수준을 은행들이 자체 설정한 중간목표(평균)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감축 경로 상의 연도별 금융배출량 수준과 비교한 결과 지난해 금융배출량(1.57억톤)은 목표금융배출량인 1.46억톤을 11.9백만톤(+8.1%) 정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목표 감축률의 평균(35%)에 이르려면 정부의 정책적 노력 외에 은행 자체의 추가 감축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짚었다.

우선 관리 지표에 기존 금융배출량뿐 아니라 배출집약도(해당 기업 관련 금융배출량 합/해당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 합), 탄소상쇄량(금융기관 신용 공급이 대출자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정도)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아울러 금융배출량 공시 기준, 녹색 여신 취급 기준 등을 표준화하고 녹색 대출 취급 절차를 간소화하면 은행의 감축 전략 이행이 더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한은은 “은행들이 공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순히 탄소집약적 업종에 대한 신용공급 축소로 대응하는 경우에는 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노력이 오히려 저탄소경제 전환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며 “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노력이 저탄소경제 전환 촉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금융배출량 관리지표의 다양화, 기업의 녹색투자 유인 제고, 기후공시 및 녹색금융 표준화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