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받는 세입자는 안 받아요”..집주인들의 속사정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5.01 07:00 의견 0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나요? 우리집은 전세대출 받으려는 세입자는 안 받아요."

최근 신혼집을 구하는 A씨 부부는 3억~4억 가량의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 A씨 부부는 적당한 크기의 다세대주택을 후보지로 올리고 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도 부동산으로부터 종종 ‘신혼부부 대출’이 안 되는 집이라는 말을 듣는다. 공시지가는 낮은데 집주인의 보증금은 일정 범위를 초과했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다.

최근 이같은 사례를 종종 목격할 수 있어 주목된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통 낮은 가격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반전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집주인들이 오히려 공시가격 상향을 원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소유자, 이해관계인, 지방자치단체에 공시가격 의견이 제출된 건수는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건수로 따지면 6368건이다.

공시가격 관련 의견 건수는 줄었지만 특이점은 6368건 중 81% 가량이 공시가격 상향 요구였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다세대주택이 3563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파트 1423건, 연립주택이 177건을 기록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을 목적으로 보증보험 가입 과정에서 주택가격 산정 시 활용되는 공시가격 반영률을 기존 150%에서 140%로 낮췄다. 전세가율도 100%에서 90%로 내리면서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로 맞춰져야 한다. 이 범위 내에 들어야 신혼부부 대출 실행 시 보증보험 가입과 함께 은행 대출 승인이 떨어진다.

하지만 임대인들은 이 같은 범위를 일일이 맞추기는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공시가가 낮아지기 이전에 입주해 이사를 원하는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범위를 초과하는 보증금을 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출 상품을 활용하지 않는 세입자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다방에 따르면 지난 2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서울 신축 빌라 원룸의 평균 월세는 101.5만원이다. (자료=연합뉴스)

단순하게 보면 이와 같은 변화가 깡통전세의 위험을 낮추고 전세가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임대인의 부담이 커지면서 또 다른 전세사고 위험성이 커지고 임차인까지 주거비 상승의 결과가 초래된다. 힘들게 전세 보증보험 가입 물건을 찾느니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불안한 전세 시장의 대안으로 월세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월세 가격은 100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다방에 따르면 지난 2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서울 신축 빌라 원룸의 평균 월세는 101.5만원이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국토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향의견 접수를 고려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임대보증금 보증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 마련 부담으로 결혼과 출산기피 현상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공시지가 조정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시지가를 낮추려면 시간을 두고 임대인들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며 “공시지가에 시세가 반영되지 못하는 점을 인지하고 현실성을 고려해서 비율을 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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