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보다 데이터센터’..신사업 활로 모색하는 국내 건설사들

인공지능 서비스 확대,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
건설사, 데이터센터 건립부터 운영까지 군침
“진입장벽 높아, 수익 차별화 가능”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4.24 09:36 의견 0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조감도 (자료=현대건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데이터센터’가 국내 건설사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먹거리가 되고 있다. 기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정비사업 분야에서는 선별 수주를 강화하는 기조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데이터센터와 같은 먹거리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공지능(AI) 개발과 서비스 확대로 인해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을 건설사의 주요 목적 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컴퓨터 서버를 한 데 모아 관리하고 운영하고 시설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가 기반이 되는 AI로 인해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컬리어스는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규모를 2021년 5조원에서 2027년 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이미 대형건설사들의 데이터센터 수주 경쟁은 치열하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데이터센터 시공사 선정 입찰에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참여했다. AWS 데이터센터 시공사 선정 입찰의 경우 공사비는 5000억원이다. 다른 강남권이나 여의도 정비사업에 비해 규모가 크다고 볼 수 없지만, AWS가 2027년까지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에 약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어서 데이터 센터 수주 경험이 다른 입찰 때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공능력평가 1위를 달리는 삼성물산도 건설부문도 12개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삼성물산은 하남IDC 센터를 현재 시공 중에 있다. 최근에 완공한 사우디 타다울타워의 데이터센터는 TIER-4, 최고 등급을 인증 받은 바 있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액침냉각기술도 최근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건축 포트폴리오에 들어간다”며 “공항이나 데이터센터 등 설계나 기술 역량 차별화를 통한 특화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대형 데이터센터 공급이 없었던 강남권역에 들어설 데이터센터 GDC를 건립 중이다. 이 GDC를 필두로 경기 용인 지역에서 추가로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주택부문에 치중하지 않고 균형잡힌 사업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서울 가산동 데이터센터 조감도 (자료=대림)

DL이앤씨는 DL그룹 지주사 대림이 서울 금천구에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의 시공을 맡았다. 대림이 사업기획부터 부지 선정과 매입, 인허가, 지금 조달 등 개발 사업을 모두 담당했다.

이처럼 단순 시공뿐만 아니라 개발부터 운영까지 함께하려는 건설사들이 눈에 띈다. GS건설은 경기도 안양시에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활용해 ‘에포크 안양’을 준공하면서 개발부터 운영까지 함께한 사례다.

이들보다는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뒤지지만 HDC현대산업개발도 2022년 3월 정관 개정을 통해 데이터센터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 회사는 데이터센터 사업 기반이 되는 부지 경쟁력을 필두로 친환경 데이터센터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회사는 전문 운영 인력 수급이 유리한 인천 외 수도권 인근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며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에너지 발전사업과 데이터센터가 연계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디지털 엣지와 부평 데이터센터 공동개발에 들어갔다. 대형은 아니지만 중견으로 분류되는 건설사들도 데이터센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하1층부터 지상4층까지 규모의 대전 한국전력 ICT센터를 준공했다. 이 데이터센터는 미국 통신산업협회 데이터센터 품질 기준 Tier3 동등 이상 설계기준을 반영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단순 건축물을 넘어서 반도체공장, 첨단 병원,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는 특수 건축물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적극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건설사 규모를 가리지 않고 기술력 확보가 가능한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 마찰을 겪을 가능성이 큰 정비사업보다 투자 규모가 큰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분간 금리인하가 불투명해지면서,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 공사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산적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공사비가 시간에 따라 오를 수 있어 조합과 합의가 안되면 계약 해지를 하는 등 법적분쟁까지 발생할 수 있어 이런 리스크보다는 투자 규모가 크면서 기술 확보에 있어 차별력을 갖춰야 하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신사업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수익 창출이 용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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