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보다 싸잖아”..현대차·기아 중고차 시장부터 내수·유럽 홀린 ‘이것’

국내 하이브리드 판매 40.3% 급증
중고차 판매 1위 그랜저·쏘렌토 HEV
기아 라인업 확장·현대차 생산확대 검토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4.23 09:59 의견 0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1분기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8만3561대를 팔았다. 사진은 장재훈 현대차 사장. (자료=제네시스)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하이브리드를 타고 중고차부터 국내, 유럽 시장을 활보하고 있다. 전기차보다 높은 가격 경제성과 친환경차 수요로 그룹의 판매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병기로 부상하고 있다.

23일 현대차·기아 판매 실적에 따르면 두 회사는 올해 1분기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8만3561대를 팔았다. 1년 전(5만9559대)보다 40.3% 급증했다.

브랜드별로 현대차가 3만3068대를 판매해 17.8% 늘었다. 이 중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이 1만5981대 팔려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그랜저(7150대)와 투산(6034대) 순으로 많았다. 특히 투싼 하이브리드는 이 기간 판매량이 21.2% 뛰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기아는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 5만493대를 팔아 60.4% 늘었다. 베스트 셀링카는 쏘렌토 하이브리드(1만9729대)다. 카니발(1만2203대)과 스포티지(8389대)가 뒤를 이었다.

국내 중고차 소비자들도 친환경 추세에 맞춰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하이브리드 중고차 실거래 대수 1위는 현대차의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IG)로 644대를 기록했다. 기아도 쏘렌토 하이브리드(MQ4)로 477대를 팔아 2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IG) 412대, 기아 니로 355대 순으로 많았다.

유럽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의 선전이 도드라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1분기 유럽에서 13만5281대, 14만3151대를 팔아 각각 전년 동기보다 1.3% 늘고 3.6% 줄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성장 속도가 둔화하는 유럽에서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로 감소폭을 최대한 줄였다고 본다. 두 회사의 친환경차 판매량을 이끈 주역도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다.

현대차는 투싼 하이브리드(1만3136대), 기아는 니로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1만1724대)가 각각 친환경 부문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전환의 공백기인 올해는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지난 5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자료=기아)

■ 내수 부진 만회할까..기아 HEV 라인업 강화·현대차 생산 확대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보다 낮은 가격대이면서 부족한 충전 인프라 걱정을 덜어주고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우수하다는 점을 흥행 요인으로 가리킨다. 전기차의 완전한 대중화까지 현대차·기아의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도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의 부족한 내수 판매량을 만회할 카드로 떠오를 지도 관전 포인트다. 올 1분기 현대차·기아의 내수 판매량은 29만7589대로 1년 전보다 10.7% 줄었다.

이들이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에 힘쓰는 이유다. 기아는 6개 모델로 운영하던 하이브리드 차종을 오는 2028년까지 9개로 늘린다. 판매 목표는 올해 37만2000대에서 80만대로 높여 잡았다.

현대차도 4분기 중 생산을 시작하는 조지아 공장에서 하이브리드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중심 포트폴리오 개선은 호실적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현대차와 기아가 1분기 각각 3조6300억원과 2조7800억원의 영업익을 올려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한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낮은 물량 증가율로 이익 모멘텀 둔화가 아쉽지만 하이브리드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통한 믹스 효과를 유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 확대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믹스 개선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집중할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모델의 상품성을 높이고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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