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년, 적자 이어진 디지털보험사..“판매 채널 다변화 시급”

출범 후 지속한 적자 흐름..지난해 총 순손실 2304억원
비대면 채널·미니보험 위주 상품 구성..수익 악화 원인 지적
규제 완화 원하는 디지털보험사..“TM·CM 채널 동시 허용해야“

우용하 기자 승인 2024.04.22 11:07 의견 0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디지털보험회사가 출범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에 국한된 영업방식이 적자를 키웠단 평가에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른 지난해 주요 디지털보험사 5곳의 총 순손실이 230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연합뉴스)

22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디지털보험사 5곳(하나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신한EZ손해보험)의 지난해 총 순손실이 2304억원으로 나타났다. 주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인 13조357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것과 비교해 디지털보험사들의 손실액은 지난 2022년(-1801억원) 대비 28% 더 증가했다.

디지털보험사 중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곳은 하나손보로 지난해 8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어 캐롯(760억원), 카카오페이손보(373억원), 교보라이프플래닛(214억원), 신한EZ손보(78) 순으로 손실 규모가 컸다.

디지털보험사가 적자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보험업계는 ‘비대면’에 한정된 영업방식과 미니보험 위주의 상품 구성 탓으로 분석했다.

비대면 보험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국내 보험 소비자들은 설계사를 통한 대면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재 보험업법 규정상 디지털보험사는 통신판매전문회사로 분류돼 보험 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인터넷 등 비대면 채널에서 모집해야 한다.

‘1사 1라이선스'’ 정책으로 소비자와 접촉 기회가 적은 디지털보험사의 판매 채널이 더 제한된다는 토로도 이어졌다. 이 정책은 보험사를 모기업으로 둔 디지털보험사가 모회사와 채널·상품이 중복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캐롯손해보험은 모회사와 중복 텔레마케팅(TM) 채널을 운영할 수 없다.

비대면 위주의 판매는 상품 구성에도 제약으로 다가왔다.

보험상품의 경우 장기보험이 미니보험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보험사에 남기지만 그만큼 상품 구성이 복잡해 설계사를 통한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됐다. 때문에 설계사 조직이 없다시피 한 디지털보험사는 장기보험을 판매하기엔 어려움이 커서 여행자보험, 휴대전화 보험, 단기 보험 등 미니보험으로 상품을 구성해 왔다.

디지털보험사들은 어쩔 수 없이 미니보험의 혜택을 강화하고 비대면 특성을 활용해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보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마케팅하며 고객 확보에 집중했다. 카카오페이손보와 캐롯손보가 여행자보험과 자동차보험을 통해 성과를 얻었으나 미니보험의 수입보험료만으로는 실적을 개선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험업계는 디지털보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존을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평가하며 디지털보험사의 TM과 온라인(CM) 채널 동시 운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층으로 갈수록 상품 비교와 계약에 있어 비대면 방식보다는 직접적인 설명의 필요성이 높아지기에 TM 채널을 사용할 수 있게끔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디지털보험사는 장기보험의 비중을 늘리거나 새롭게 출시를 준비하며 미니보험 위주의 상품구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하나손보는 지난해 장기손해보험 판매 비율을 6%까지 증가시켰으며 신한EZ손보는 장기보험 상품으로 운전자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장기보험 계리결산 시스템 개발을 위한 개발자를 모집하며 장기보험 출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연구원은 “디지털보험회사가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판매 비용을 줄인 만큼 국내 보험산업에 정착 시 새로운 경쟁과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갈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실질적인 운영 부담이 줄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채널에선 상품 설명이 제한돼 미니보험이나 자동차보험처럼 수익이 적은 상품 위주로 판매할 수밖에 없었고 진출 조건 완화로 시장 포화가 심해졌다”며 “장기보험으로 디지털보험 시장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세부적인 상품설명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디지털보험사의 TM·CM 채널 병행을 허용해주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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