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발발 위기에 韓 건설업체 위기감 고조

중동전쟁 발발 시, '금리인상 지연·유가상승 추세 이어질 것'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업체 부도·폐업 건수 지난해 동기比 25.3% ↑
건설사들 "직접적 영향권은 아니지만, 업황 타격 불가피"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4.16 10:38 의견 0
이란과 이스라엘 강등이 고조되면서, 국내 건설시장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동전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 지연, 유가상승 등이 예상되면서 국내 건설시장 긴장도도 높아지고 있다.

16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건설업 폐업건수는 104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5.3% 증가했다. 이 건수는 올해 1월과 2월에도 같은 기간 12.9%, 33.3% 증가했다.

올해들어 현재까지 부도난 건설사는 지난 1월 3곳, 2월 2곳, 3월 4곳 등 총 9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3월 부도업체 수 3곳의 3배 수준으로 2019년에 15곳이 부도난 이후 이후 최다치다.

반면 건설업 신규 진출 업체수는 감소했다. 지난 3월 종합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 수는 104곳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8.7% 줄어든 수치다. 이 수치는 지난 1월과 2월에도 각각 8.2%, 78.4% 감소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동 위기 심화는 원래 내재돼 있던 건설 시장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있다. 1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한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이란은 지난 13일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바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데 따른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가뜩이나 건설경기 침체로 부도·폐업하는 업체가 많은 상황에서 시장 불확실성도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임금 체불 문제로 공정이 중단됐던 서울 중랑구 상봉동 태영건설 청년주택 건설현장. (자료=연합뉴스)

■ '현재 건설업 어떻길래'

최근 부도나 폐업으로 이어지는 건설사가 많은 것은 준공 물량이 지속해서 줄면서 수익 악화를 견디지 못한 결과다. 건설사 준공물량 감소는 인건비와 원자잿값 인상 등 공사 매출원가 폭등이 영향을 주고있다.

여기에 더해 고금리 상황 장기화로 건설사의 유동성이 축소됐다. 경기는 악화하고 지방 미분양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리가 치솟은 상태다. 쉽게 말해 차입금에 붙는 이자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비교적 탄탄한 재정구조를 지닌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소·중견 건설사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지역별로 부도난 업체의 대다수도 지방에 위치한 건설사다. 서울과 경기 2곳을 제외하고는 부도처리 된 건설사 9곳 중 7곳이 지방에 위치해있다.

부도와 폐업까지 연결된 상황은 아니지만, 건설사들 부채비율도 규모를 가리지 않고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 시공능력평가 순위 1~50위 건설사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건설사는 14곳이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 200% 미만을 '양호'상태로 간주한다.

현재 워크아웃 상태인 태영건설 부채비율이 257.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업체도 안전하지만은 않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말 별도 기준 329.05%로 2022년 295.57%와 비교해 대폭 상승했다. GS건설도 지난해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상태로 인해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16.39%에서 262.47%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022년말 211%에서 260%로 껑충 뛰었다. 코오롱글로벌도 부채비율이 299.18%에 달한다.

수익성 악화로 인해 정비 사업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선별수주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따른 매출 축소도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10대 건설사 가운데 올해 1~3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수주한 기업은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3곳뿐이다. 이 외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7곳은 올해 마수걸이 수주 소식조차 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화된 부동상 경기 침체와 미분양 증가 요인으로 부동산 PF 대출 상환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도 135조6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9월 대비 3개월 만에 1조6000억원 증가했다.

경기도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 모습. (자료=연합뉴스)

■ 전쟁이 웬 말이냐, 고금리 우려 커져

이와 같은 상황에 중동 전쟁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이란과 이스라일이 확전 양상을 보이며 건설업황 전체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동전쟁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전체적인 업황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제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고유가에 고금리가 지속된다면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자체도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건설업황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전쟁으로 인해 금리인하가 지연될 겅우 채권금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중요하다"며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건설업체들의 재무건정성 확보가 지연될 수 있다. 또 중동 시장 공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동이 지리학적으로 국내 시장과 먼 거리에 있고, 국내 건설사가 직접적으로 진출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다르게 지리학적으로 더 멀기 때문에 국내 건설사들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 시 환율이 상승하면 직접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이 또한 장단점이 공존한다"며 "환율이 오르면 해외 수주 공사비가 증가하겠지만 수익이 났을 경우 달러 환입으로 이익도 증가하게 되고 반대의 경우 손실 폭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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