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업종 경계 모호..미래 무정부 유통 플랫폼 온다

유통계 대변혁 시대..온·오프 협업 시너지 향상
공동 사업·통합 멤버십·행사 통합 시행 활발
“오프라인 차별점 내세워 본업 집중..온라인 도입 추진”

최정화 기자 승인 2024.04.02 16:17 의견 0
CU-컬리 협업 CU BAR (자료=BGF리테일, 컬리)

[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소비 패턴 변화와 장기간 내수침체, 유통업계 경쟁 심화 등 영향으로 온·오프라인 업태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 등 그룹사들을 비롯해 편의점과 컬리 등 이커머스업체가 변화하는 유통 시장에 발맞춰 각 채널의 이점을 결합한 새로운 쇼핑경험을 창출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마트와 슈퍼, 편의점 등 오프라인은 이커머스와 협업해 공동 사업을 추진하거나 그룹사는 온·오프라인 각 계열사와 멤버십 및 행사 통합 등을 토해 시너지를 높여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주류 부문에서 온·오프라인 협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롯데마트 주류전문매장인 ‘보틀벙커’는 지난달 26일부터 모바일 주류 쇼핑 앱인 데일리샷과 협업해 주류 픽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주류 쇼핑 앱과의 협업을 통해 점포 인근에 거주하지 않는 고객들에게도 5000여종이 넘는 주류를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쇼핑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컬리 앱 내 CU BAR를 2일 공식 론칭했다. CU BAR는 CU의 커머스 앱 포켓CU에서 운영하는 주류 픽업 서비스다. 이달부터는 컬리 채널 내 ‘CU BAR 픽업’ 메뉴에서 상품과 픽업 점포를 선택해 결제하면 3일 내 전국 CU점포에서 픽업이 가능하다. BGF리테일과 컬리는 지난해 ‘온·오프라인 플랫폼 기반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양사 채널을 연계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룹사들은 각 계열사와 공동 행사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1월부터 롯데온과 롯데 계열사가 결합해 매월 월간롯데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온 상품 구매 시 각 계열사 온라인몰 방문도 유도해 롯데온과 계열사 온라인몰 간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월간롯데 행사 기간 동안 앱 신규 설치 수는 전월 대비 40%가량 늘었다. 또 롯데월드와 세븐일레븐과도 행사를 진행하는 등 온·오프라인 협업 기회를 늘리고 있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올해 2월 말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CEO 영상 메시지에서 “트렌스포메이션 2.0의 가속화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에게 긍정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도 그룹 계열사들을 연결한 통합 멤버십 ‘유니버스 클럽’을 통해 락인 효과를 높이고 있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최고의 혜택 제공을 목표로 지난해 6월 출범했다. 신세계 그룹 내 ▲이마트 ▲G마켓▲SSG닷컴▲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면세점 등 6개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 멤버십 출범 이후 작년 11월 30일까지 약 6개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회원의 월평균 구매 금액은 비회원보다 약 30%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GS리테일을 운영하는 GS25는 타사와의 연계보다는 자사 온·오프라인 채널을 결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GS리테일은 ‘O4O 전략’을 내세워 ▲나만의 냉장고 앱 ▲결제대행 서비스 ▲반값택배 ▲와인25플러스 ▲우리동네GS 앱 통합 등을 통해 온·오프라인 연계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커머스 전환 시점은 시장 예상보다 훨씬 빨라졌다. 이후 팬데믹과 함께 찾아온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유통업계는 지금 대변혁 시대를 맞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유통업계가 다양한 협업을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오프라인 플랫폼 시장의 미래는 안갯속이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자료=롯데쇼핑)

■ 미래 유통 플랫폼 전망..채널·국가 경계 無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현상엔 전반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미래 유통 플랫폼에 대해서는 온·오프간 경계는 물론 국가간 경계마저 모호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석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정책팀장은 “온·오프라인 업태 간 경계가 희미해질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며 “소비자의 소비패턴 변화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다양한 형태로 나올 수 있고 온라인 쇼핑을 오프라인처럼 현실감 있게 제공하는 플랫폼도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고 개인정보, 데이터정보에 대한 관리 보안 지원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교육 훈련 투자도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환 건국대학교 경영대 교수(기획처장)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경계 뿐만 아니라 알리나 테무의 해외 진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온라인 쇼핑 시장 확대는 지역이나 국가 간 경계도 허물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물류시스템을 강화해가면서 쿠팡이나 알리 같은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증가할 수 있으며 심화된 경쟁 속에서 성공적으로 차별화를 꾀하지 못한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은 상황이 더 어려워 질 확률이 높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어 정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아니라 원래 잘하고 있던 오프라인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온라인 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물류기술의 발달로 인해 온라인 쇼핑의 약점인 대기 시간(배송으로 인한)의 불편함이 점점 더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관점에서 오프라인이 온라인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오프라인에서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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