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준 경기도의원, "학생은 불행, 학부모는 고통, 누구를 위한 과학고 신설인가?"

26일 기자회견, 경기 지역 과학고 추가 설립 움직임에 반대의 뜻 명확히 밝혀

김영훈 기자 승인 2024.03.27 14:42 의견 0
지난 26일 유호준 경기도의원이 도교육청 앞에서 '특권교육 저지 경기공동대책위'와 함께 과학고 설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경기도의회)

[한국정경신문(수원)=김영훈 기자] 경기도의회 유호준(더불어민주당, 남양주 다산·양정동)의원이 지난 26일 '교육불평등·교육양극화 반대 특권교육 저지 경기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와 함께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지역 과학고 추가 설립 움직임에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부천, 화성, 용인, 구리 등 경기도 각 지역에서 과학고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경기도교육청도 관련 연구용역을 통해 과학고 신설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자 이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다.

기자회견에서는 학부모 대표로 조은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경기지부 부지부장이 먼저 발언했다.

"지난해 이미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의 사교육비 지출이 27조를 넘어 역대 최고였고, 조사 대상에서 빠진 대입 준비집단의 사교육비 지출을 합치면 30조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우리 사회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규모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사교육비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면서도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존치하고 과학고 등 특권학교를 더 늘리겠다고 하는데, 학부모로서 한숨이 나올 뿐"이라며 "특권학교로 인한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교사를 대표해서 발언한 이재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부지부장은 "특권교육은 살인적인 경쟁교육을 심화하고 있다"며 "주69시간 노동에 대해 국민들이 분개했는데, 청소년들은 특목고 입시를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주말에도 학원, 스터디카페 등을 전전하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는 주69시간 이상의 학습노동을 한 지 오래"라며 특목고 입시로 인해 고통받는 학생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유호준 의원은 발언을 통해 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편법으로 이과 지망생을 위한 특별교실을 운영하고 입시에 도움되지 않는 과목 수업시간에는 교단에는 선생님이 있지만 학생들은 알아서 EBS나 모의고사 기출문제집을 푸는 교육 파행이 일상이었다"며 "이미 특수목적고는 입시를 위한 입시목적고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 의원은 "그럼 학생들은 행복하냐?"고 반문한 뒤, '사교육 없는 세상'이 발표한 경쟁교육 고통 지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그는 교육청이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이 자해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봤다는 응답이 일반고의 1.5배인데, 합계출산율 0.65의 시대에 정작 아이들의 행복에는 관심이 없는 교육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한 '4개 이상의 과학고 추가 지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근거인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선 "특목고·자사고를 다니는 아이들이 일반고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더 행복한지 경기도교육청에서 연구용역을 진행해서 발표하라"면서 교육청이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행복도 관련 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유호준 의원은 "학교에선 가난한 집 아이, 부잣집 아이, 다문화 가정 아이, 한부모 가정 아이, 장애가 있는 아이, 맞벌이하는 집 아이 등 다양한 아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사회에 나와서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어울리면서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학교의 구성이 사회를 닮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표자 회의를 통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과학고 신설 움직임에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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