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변화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연말 3인의 부회장제를 폐지하고 부문임원제를 도입했던 하나금융지주가 이번에는 사내이사 3인 체제 구축에 나서면서다.

특히 그간 부회장 체제에서는 지주내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었던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이번 사내이사 선임을 계기로 후계 구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은형 부회장, 강성묵 부회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자료=하나금융지주)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 겸 하나금융 부회장을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달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이 확정되면 기존에 함영주 회장 1명이던 사내이사 규모는 3명으로 대폭 확대된다.

통상 금융지주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인 회장이 사내이사로 참석하고 핵심 계열사인 은행장이 비상임이사로 참여한다. 나머지는 모두 사외이사들로 구성된다.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하나금융은 이승열 은행장이 최근 지주 비상임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까지 사내이사 3인 체제로의 개편에 힘을 실었다. 대내외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책임경영 및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하나금융의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 취임 이후 3인 부회장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 오고 있었다. 3인 부회장에게 디지털·글로벌·본업 경쟁력 강화 등 구체적 역할과 과제를 부여해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금융당국의 권고로 부회장제를 없애고 부문 임원제를 도입했다. 기존 부회장 산하에 있는 각 부문의 임원이 부문장을 맡는 형태다. 보고체계가 회장-부문장으로 단순화되면서 의사결정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경영 판단과 관련한 책임감과 무게감은 크게 달라지게 됐다.

이달 개편 예정인 하나금융 이사회 체제에서는 다시금 책임경영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과 증권사의 CEO가 지주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행장은 사내이사 선임을 위해 지주내 부문장직 중 하나를 추가로 맡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임이사 시절에는 이사회 참여 이외에 지주 내 역할은 사실상 없었다.

하나금융은 기존 이은형 그룹글로벌·ESG·브랜드부문장과 강성묵 그룹 손님가치부문(개인금융·자산관리·CIB·지원)부문장에 더해 이승열 행장에 미래성장전략·그룹전략·그룹디지털부문장을 맡겨 3인 부문장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비상임이사 시절과 비교하면 이 행장의 지주내 역할과 책임이 더욱 막중해지는 셈이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29일 공시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에서 “이승열 후보는 하나은행 대표이사 은행장으로 재임 중인 금융·경영·재무 분야 전문가로 하나금융지주 그룹재무총괄, 하나은행 경영기획&지원그룹장, 하나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하며 경영전략, 재무, HR 등 그룹의 주요 부문을 두루 경험한 최고경영자”라며 “현재 그룹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하나은행장이 하나금융지주의 상임 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돼 사내이사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지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영 관계이기 때문에 기존에도 비상임이사를 통해 은행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했던 것”이라며 “지주 내 특별한 직이 없는 비상임이사와 달리 사내이사가 되면 자연스럽게 책임경영도 강화되고 지주 내 입지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