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지난해 거액의 이상 외환거래가 발생한 시중은행들이 과징금과 일부 영업점의 외국환 업무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특히 우리은행의 일부 영업점은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허위자료를 거짓 제출하고 지점장이 금품을 수수하는 등 내부통제에 허점을 드러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열린 21차 정례회의에서 이상 외화송금 거래에 연루된 시중은행들에 일부 영업정지를 포함한 제재를 최종 확정했다.
신한은행은 과징금 1억7458만원과 과태료 1200만원, 문정역 금융센터 등의 외국환 지급 신규업무 2.6개월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우리은행에는 과징금 3억884만원·과태료 1억7700만원, 오리역지점·은평뉴타운지점·을지로5가금융센터 등에 외국환 지급 신규업무 6개월 정지가 부과됐다.
하나은행은 과징금 2693만원과 삼성역금융센터지점의 외국환 지급 신규업무 2.6개월 정지가 결정됐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별도 공시하지 않았지만 영업점 영업 정지 없이 과징금만 부과 받았다.
이번 제재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이상 외환거래 관련 국내 12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된 일제검사 결과에 따른 조치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4월 총 122억6000만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이상 외환송금 의심거래를 파악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23억6000만달러로 이상 외화 송금이 가장 많았고 이어 우리은행 16억2000만달러, 하나은행 10억8000만달러, 국민은행 7억5000만원 순이었다.
이상 외화 송금 규모가 큰 신한은행보다 우리은행의 징계 수위가 더 높은 것은 검사 과정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더불어 내부통제 부실이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통보한 영업정지 처분 명령서에 따르면 우리은행 영업점 18곳이 불법 외화송금 거래에 연루됐다. 이들 지점은 수입거래대급 지급을 요청 받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증빙서류를 제출받지 않거나 보관이 부실했고 제3자로의 송금 요청에 대해 한국은행 총재 신고 대상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특히 은평뉴타운지점 등 3곳은 금감원의 검사자료 제출 요구에 23건의 허위자료를 제출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 영업점은 금감원의 검사자료 제출 요구에 사후 수령 또는 보완된 서류를 제출하면서 서류의 출력일자, 워터마크 등을 삭제했다.
우리은행 전 지점장 A씨는 업체 4곳으로부터 2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허위거래임을 알면서도 취급하는 등 불법 송금에 깊이 관여하기도 했다. 이로인해 해당 영업점에서만 약 8개월의 장기간에 걸쳐 총 268건, 3억4200만 달러(약 4200억원)의 불법 송금거래가 발생했다.
신한은행에서는 본점을 비롯해 21곳이 이상 외환송금 거래에 연루됐다.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증빙서류 확인과 제3자 송금 시 신고 대상 확인 의무를 어겼다.
또 신한은행 화도금융센터는 거래처의 인감을 감사통할책임자의 확인 및 영업점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임의 보관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나은행 삼성역금융센터 등 9곳도 증빙서류 확인의무를 위반해 송금업무를 취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번 제재에서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나며 징계수위가 가장 높았던 우리은행의 경우는 재발 방지를 위한 임직원 교육과 내부통제 프로세스 강화 조치를 시행했다.
우선 조직개편을 통해 외환모니터링팀과 외환규정관리팀을 신설했다. 또 수출입 송금 최초 거래시 현장 방문을 실시하고 영업점 송금서류 전면 스캔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의심거래업체는 자금세탁방지센터에 공유하고 50만불 이상 사전물품 송금 전수 조사를 실시하는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선관 의무상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감독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 특별히 여러 보완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신한·하나은행도 이번 징계 조치에 대해 “재발방지를 위한 전 은행권 공동 외국환거래 업무 취급지침 개정 및 임직원 교육, 내부통제 프로세스 강화 조치를 마쳤다”며 “당기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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