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에 고위험 ELS 권유 의구심”..금감원장, 은행권 겨냥 작심 발언

윤성균 기자 승인 2023.11.29 13:4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년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해 은행권의 고령층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여부를 살펴볼겠다고 했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면서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자료=연합뉴스)

금감원은 지난 20일부터 은행과 증권사를 상대로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5대 은행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의 규모만 약 8조4100억원이다. 현재 6000선을 횡보하고 있는 홍콩H지수가 만기 때까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3조원 안팎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 금감원장은 “솔직히 저도 수십장짜리(설명서)를 보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질문에 ‘네, 네’를 답변하라고 해서 했는데 그것만으로 (금융기관의) 책임이 면제될 수 있는지는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 등은) 자필 자서를 받고 녹취를 확보했다며 불완전 판매 요소가 없거나 소비자 피해 예방을 했다는 입장인 것 같다”면서 “그러나 적합성 원칙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상품 판매 취지를 생각하면 자기 면피 조치를 했다는 것으로 들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금감원장은 “증권사는 노후 자금을 갖고 찾아오는 그런 고객이 없어서 못 판 것이다. 신뢰와 권위의 상징인 은행 창구로 찾아온 소비자에게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하는지 은행 측에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직접적으로 은행권을 거냥했다.

다만 이 금감원장은 여러 가지 경우에 따라 책임분담의 정도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여유자금이니 크게 불려달라는 목적을 갖고 온 고객인지, 날리면 안되는 노후 생계자금인데 정기예금 대신 원금손실이 나지 않는다며 (ELS를) 권유했는지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보겠다는 것”이라며 “책임을 져야 하는 그런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투자 상품이나 보험 상품 등 설명 관련해서 지나치게 형식적이면서 오히려 금융회사에 면책의 근거만 주는,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고지를 못 받으면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그런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금감원장은 조직개편과 관련해 이 같은 분쟁조정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보호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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