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규모 상생금융 압박에..내년 금융지주 실적 전망 ‘우울’

4대 금융지주, 올해 사상 최대익 달성..되레 상생금융 빌미
이자캐시백 형태 유력..당장 내년 1분기부터 비용 감수해야
대내외 불확실성 큰데..내년 총선 앞두고 은행 규제 재부각
“비우호적 여론·규제 리스크 지속..다만 이익 훼손은 제한적”

윤성균 기자 승인 2023.11.23 11:17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올해 역대급 이익을 달성한 금융지주들이 내년에는 실적 부침을 겪을 전망이다. 내년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건전성 지표가 부진할 것으로 점쳐지는 데다가 2조원 안팍이 될 것으로 보이는 상생금융 관련 추가 비용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16조5328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15조8506억원보다 6823억원(4.3%) 늘어난 규모다.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이는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은행 자회사의 이자이익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은행들의 누적 이자이익은 4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9% 증가했다.

올해 역대급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의 내년 실적은 어둡다. 올해 거둔 사상 최대 이자이익이 빌미가 돼 대규모 상생금융 방안을 내놔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연내 발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물밑 조율 중이다.

상생금융 지원액 규모는 2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에서 ‘횡재세’에 준하는 수준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횡재세가 도입될 경우 은행권에서 부담해야하는 기여금 규모가 약 2조원이다.

영업 규모에 따라 지원액이 달라지겠지만 4대 금융지주의 경우 지주당 최대 4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전월 납부한 이자를 되돌려 주는 캐시백 형태가 유력한데 이 비용은 당장 내년 1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상생금융안이 나오면 그 비용이 이자이익이든 기타 손익이든 어딘가에서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며 “캐시백이나 이자 감면의 형태가 되면 일시에 지급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끌고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적 부분에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생금융 비용을 제외하고도 금융지주가 내년에 처할 대내외 환경은 비우호적인 상황이다. 내년 고금리 지속에 따른 경기 둔화가 전망되는 데다가 가계부채 누증으로 인한 성정세 둔화와 건전성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 금융동향과 2024년 전망 세미나’에서 “국내은행의 내년 당기순이익은 19조6000억원으로 올해 21조6000억원 대비 소폭 감소할 전망”이라며 “이자이익이 정체하는 가운데 대손비용 증가가 당기순이익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4월 치러질 총선도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총선 표심을 얻기 위해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은행 독과점 해소를 위한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7월 은행권 제도개선 TF 운영 결과를 발표했지만 특화전문은행(챌린저뱅크) 설립 등 일부 방안은 건전성 문제로 흐지부지됐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 초과이익에 대한 여러 비판들이 제기되면서 규제 우려 또한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4월 예정된 총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은행 관련 규제 우려가 다시 재부각될 여지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박용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비우호적인 여론, 규제 리스크가 은행·금융지주들을 계속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도 “비록 은행권 경쟁 촉진, 손실흡수능력 제고, 사회공헌 확대 등의 규제 리스크는 금융 당국의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지속되겠지만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은행·지주들이 체감할 정도의 이익 훼손을 경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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