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디스커버리펀드 ‘계약 취소’ 판단 뒤집어..피해자들, 분조위 기대감↑

운용사 TF 추가 검사 과정서 위법 드러나..금감원, 판매사 재검사 예고
피해자 제기한 펀드 돌려막기·불법 운용 등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
금감원, “계약 취소 판단 유보”→“새로운 사실관계 확인” 입장 뒤집어
피해자들 “늦었지만 환영..전체 디스커버리펀드 분조위 새로 열어야”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8.28 12:3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환매가 중단돼 2600억원대 피해를 일으킨 디스커버리펀드 관련 위법 행위가 새롭게 발견되면서 ‘계약 취소’ 결정 가능성이 열렸다.

그간 펀드 돌려막기와 불법 운용 등 디스커버리펀드의 사기 판매를 주장하며 투자 원금 100% 반환을 주장했던 피해자들은 전체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자 대책위가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자료=IBK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자 대책위)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IBK기업은행 등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추가 검사에 나선다. 올해 1월 말 구성된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태스크포스(TF)’의 검사 결과 새로운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서 추가적인 분쟁조정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펀드는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 특수목적법인 등에 투자하는 재간접 투자 상품이다. 지난 2017년부터 기업·하나·신한은행 등 은행 3곳과 증권사 10곳에서 판매됐다가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의 법정관리 등 문제로 환매가 중단되면서 2612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그간 재판에 넘겨졌던 장하원 디스커버리 자산운용 대표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최대 판매사인 기업은행에 대한 징계 조치와 분쟁조정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디스커버리펀드 사태는 어느정도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디스커버리펀드 관련 위법 행위를 추가로 발견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금융당국이 새롭게 발견한 디스커버리펀드의 주요 위법 행위는 펀드 돌려막기와 직무정보를 이용한 사익편취, 횡령 및 배임 수재 등 크게 3가지다.

우선 펀드 돌려막기의 경우 디스커버리 A 특수목적법인(SPC) 자금이 부족해 펀드 상환이 어려워지자 또 다른 B 해외 SPC가 A사의 후순위채권을 인수하는 연계 거래를 통해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 이후 B사는 이 후순위채권의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B사는 신규 펀드 자금 344만달러를 모집했는데 A사 펀드를 상환할 목적이었음에도 투자 대상을 거짓 기재한 투자제안서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직원들의 비위 사실도 적발됐다. 디스커버리 임직원 4명은 펀드 운용 과정에서 알게 된 부동산개발 인허가 사항 등 직무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제3자 명의로 관련 시행사의 지분을 취득해 4600만원 상당의 사익을 취득했다.

디스커버리는 해당 회사에 펀드 자금을 대출한 후 약정의 일부를 면제해 주거나 지급 기일을 연기해 주는 등 펀드 이익을 훼손하기도 했다.

또 펀드 자금이 투자된 해외 SPC를 관리하던 C씨는 A사의 자금으로 미국에 있는 또 다른 운용사의 펀드가 보유한 부실자산을 액면가(5500만 달러)로 매입하고 그 대가로 약 6억원을 수취했다.

2020년 4~12월 중 자신이 관리하던 B사의 자금 8억원을 정당한 사유없이 본인 회사 등으로 임의 인출해 유용한 사실도 발견됐다.

특히 금감원은 기존 디스커버리 펀드 분쟁조정 절차에서 고수하던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이 아닌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방식 적용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실자산을 매입하고 돌려막기를 하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정상적인 상환이 되는 것처럼 설명을 듣고 투자했다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로 투자금 전액 환불도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2021년 5월 분쟁조정 절차에서 계약 취소 대신 자본시장법 상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만을 인정해 배상 비율을 산정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다.

당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판매시점에서 계약 취소사유가 명확하지 않고 기업은행의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 진행 여부가 불분명하고 강제조사권이 없어 기망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했었다.

하지만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이번 발표에서 “TF 검사 과정에서 좀 더 새롭게 나타난 사항으로 이 부분이 나중에 분쟁 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여러 확인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약 취소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뒤집히면서 그간 디스커버리펀드의 사기 판매를 주장했던 피해자들은 환영하면서도 안타까워 하는 분위기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이의환 상황실장은 “지금 얘기가 나오는 것은 피해자들이 그동안 주장했던 게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금감원이 뒤늦게라도 이런 사실을 밝히고 나서준 점에 대해서는 고마운 마음이지만 너무 늦어서 정말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펀드 자체가 부실하게 운영됐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고 있는 만큼 2021년 5월 진행된 글로벌채권펀드와 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채권 펀드를 돌려막기 위해 운영사가 직접 투자를 결정하고 운영했던 나머지 펀드에 대해서도 새롭게 분조위가 개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사모펀드 분쟁 민원 중 잔류 민원은 총 1055건이고 이 중 디스커버리펀드 관련 민원은 총 121건이 남아 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