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당한 담보·보증 관행 여전..금융당국은 솜방망이 처벌

조승예 기자 승인 2021.02.23 17:51 의견 0
금융감독원 전경 [자료=금융감독원]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은행이 기업들에 부당한 담보·보증을 요구하는 영업 관행이 여전히 행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불공정한 영업행위에 대한 제재가 경징계에 그쳐 금융당국이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IBK기업은행에 대해 중복채무보증을 요구한 혐의로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 조치를 내렸다.

기업은행의 한 지점은 2018년 6월 A기업에 27억원의 여신을 취급하면서 계열회사 2곳에 64억8000만원 규모의 연대보증약정을 중복 체결했다. 대출의 2배가 넘는 담보 확보를 요구한 것이다.

은행법 제52조의2에 따르면 은행은 계열회사의 중복채무보증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국민은행도 2015년 4월부터 2018년 6월 사이 영업점 3곳에서 B기업 등 3곳의 차주에 대해 대출금액을 초과해 연대보증약정을 중복 체결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신 총 4건의 대출금액은 99억원 규모다.

하나은행은 C기업의 대출 기한을 연장하면서 제3자인 담보제공자의 담보를 취득한 부분에 대해 연대보증약정을 체결했다.

이 역시 은행법 제52조의2에 위배되는 행위다. 은행은 여신거래와 관련해 제3자인 담보제공자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해선 안된다.

우리은행은 중복채무보증, 연대보증, 포괄근담보 등 부당한 담보·보증을 요구하는 잘못된 관행이 곳곳에서 이뤄졌다.

우리은행 9개 영업점은 2016년 6월부터 2018년 5월 기간 중 D기업 등 10개 차주에 대출금액을 초과해 계열회사 2곳에 각각 연대보증약정을 중복 체결했다. 13건의 여신에 대한 대출금액은 509억1900만원이었다.

우리은행 4개 영업점에서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9월 기간 중 4개 차주에 대해 대출금액 합계 11억원의 여신 4건을 취급하면서 제3자인 담보제공자의 담보를 취득한 부분에 대해 연대보증 약정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의 한 지점은 2016년 6월 E기업에 대한 대출금액 합계 49억2400만원의 여신 3건을 취급하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피담보 채무의 종류를 정하지 않아 사실상 포괄근담보 요구 금지를 위반했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은행의 부당한 담보·보증 취급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부당사례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금융감독원은 2009년부터 은행의 담보 및 보증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먼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3차례에 걸쳐 기업대출시 연대보증 대상을 점진적으로 제한했다. 2012년 7월에는 기존 포괄근담보를 한정근담보로 일괄전환하고 피담보채무 범위를 축소했다.

2016년에는 제2차 '국민체감 20大 금융관행 개혁과제'의 하나로 '불합리한 여신관행 혁신'을 선정해 잔존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담보·보증 취급관행 개선에 속도를 냈다. 17개 은행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의 담보 및 보증부 여신 취급실태에 대해 정밀 점검하고 은행의 자체 전수점검을 통해 총 6만3000여건의 부당사례를 적발해 자율시정 조치했다.

당시 금감원은 과도한 보증 요구나 중복보증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위반의 경중에 따라 해당 은행에 시정을 요구하고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는 주의, 경고, 문책 등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엄포했다.

금감원은 이후 부당한 담보·보증 취급사례에 대해 엄중 제재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과태료 처분 등 경징계에 그쳤다.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에는 과태료 1800만원을 부과하고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는 자율처리에 맡겼다. 20건의 위반행위가 적발된 우리은행은 과태료 2억4150만원과, 임직원 4명 관태료 및 자율처리 2건 조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솜방망이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는 금융사들이 지시를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금감원이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시장에서 힘을 잃어가고 감독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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