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우호적 우리사주조합 배격..조합 "IPO때문" 사측 “적법 절차”

조승예 기자 승인 2021.01.21 18:14 | 최종 수정 2021.01.22 08:26 의견 0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 전경 [자료=교보생명]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교보생명이 최근 우리사주조합 노조 관계자들을 제외하고 대의원 총회를 열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둘러싸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FI)와 분쟁에 휩싸였을 때 오너 일가의 경영권 보호에 앞장섰던 노조를 배척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교보생명, 우리사주조합 대의원 총회 개최 두고 논란 확산

21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8일 교보생명빌딩 23층 교보컨벤션홀에서 우리사주조합 대의원 총회를 개최했다. 대의원 총회가 열린 건 지난 2007년 우리사주조합 설립 이래 처음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보생명 총무팀은 우리사주조합 측에 임원 대의원 임기가 2017년 만료됐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교보생명 우리사주조합장은 지난 2015년 투표를 통해 선출된 노조위원장이 겸임해왔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20일 우리사주조합장이 빠진 상태에서 우리사주조합 대의원 공고를 내고 총회소집 후 대의원들을 선출했다. 새로운 조합장에는 법무지원팀장이, 감사에는 경영감사팀 파트장이 선임됐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7년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했다. 우리사주조합 임원은 이사 5명, 감사 1명으로 구성된다. 임원 중 1명이 조합장을 맡는 구조다. 사측과 노조가 3명씩 조합장 후보를 추천해 투표로 선출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교보생명이 독단적으로 나서서 우리사주조합 대의원을 선출했다.

교보생명은 회사 차원에서 대의원 총회를 열기 위한 단순한 행정절차라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측은 "2017년 12월에 우리사주조합 임원 대의원 임기가 만료된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차기 임원 대의원 선출이 이뤄지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다"면서 "3년 정도 되다보니 유명무실해진 상태라 회사 차원에서 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장의 임기는 2017년 12월에 만료됐기 때문에 자격이나 권한이 상실된 것"이라며 "근로자 복지기본법, 우리사주조합 규약에 의거해 적법하게 이뤄진 절차"라고 강조했다.

조합장의 임기가 만료됐더라도 민법상 대의원 선출 공고 등 선거를 위한 준비는 조합장이 해야 하고 권한대행을 지정할 수 있는 것도 조합장이라는 것이 조합장 측 주장이다.

이홍구 우리사주조합장 겸 노조위원장은 "임기가 만료된 사실을 부정하는게 아니다.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진행하면 되는데 사측이 우리사주조합장을 배제하고 총무팀 주관만으로 우리사주조합 대의원을 선출한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자료=교보생명]

■교보생명 노조, 신 회장 경영권 보호 앞장 섰던 우호세력

교보생명 노조는 지난 2019년 신창재 회장과 FI 간 IPO 분쟁에 휩싸였을때 오너 일가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앞장서는 등 신 회장에게 우호적인 세력으로 알려져왔다.

FI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 약 1조25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신 회장은 2015년 9월까지 IPO를 약속하며 미이행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IPO를 약속한 시간이 3년을 넘기도록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2018년 10월 28일 풋옵션을 행사했다. FI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통해 산정한 풋옵션 가격은 주당 40만9000원, 약 2조원이다. 이듬해 3월 20일 FI가 신 회장을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IPO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노조는 2019년 4월 신창재 회장과 투자금 회수 문제로 중재 절차에 돌입한 FI들을 규탄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달 딜로이트안진을 공인회계사법 15조3항(공정성실의무)과 22조4항(금전상이득행위)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한 것도 노조다.

검찰은 지난 19일 딜로이트안진이 판단한 가치산정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다며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과 어퍼니티 등 FI 세 곳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조합장 "우리사주조합 장악해 IPO 대비하려는 의도"

우리사주조합은 교보생명 IPO 시 우리사주조합이 주식을 안사거나 문제를 제기할 경우에 대비해 장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측은 조합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이번에 진행된 우리사주조합 대의원 후보자 및 선출자 명단은 특정부서(인력지원실) 출신과 노동조합 선거 낙선자들의 연합체"라며 "회사말 잘 듣는 이사들을 구성해 IPO를 대비하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보생명 대주주 분쟁의 핵심은 IPO다. IPO는 FI와 1대 주주가 손해를 안보는 최선의 방법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의 경우 공모가 대비 떨어져 우리사주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회사 IPO 들러리를 서는 노예계약서가 됐다"고 덧붙였다.

우리사주제도란 근로자들에게 자사주를 취득하게 하는 제도로 근로자가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해 회사의 주식을 취득해 장기간 보유하는 제도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매수한 주식은 1년 동안 가지고 있어야 한다. 주식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상장 후 1년이 지나도 주가가 공모가 보다 높아야 한다.

조합은 "어피너티가 주당 24만5000원에 샀다. 만약 IPO시 우리사주조합에서 주식을 안사거나 문제를 제기할까봐 미리 장악한 것"면서 "IPO시 가격이 비싸든 상관없이 본인들 이익만 챙기고 조합원들 손해는 상관없다는 심보"라고 비판했다.

교보생명은 IPO와는 전혀 무관한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은 노조나 회사와 독립된 별개의 조합이다. 조합의 목적은 조합원의 권익 보호가 목적이지 경영권 방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제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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