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위협에 삼성전자 대반격..열흘새 총 18조원 규모 투자 발표 잇따라

최태원 기자 승인 2020.06.01 12:34 | 최종 수정 2020.06.01 15:38 의견 0
삼성전자 경기 평택사업장 (자료=YTN)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중국 반도체 산업의 약진에 위협을 느낀 삼성전자가 '초격차 전략'으로 대반격에 나섰다. 최근 열흘 사이에 총 1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 발표를 단행하면서 국내외 업계도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일 업계는 삼성전자가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고품질, 고성능 제품 기반 기술 우위를 확대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는 '초격차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날 평택캠퍼스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한다고 밝혔다. '최첨단 반도체 복합생산기지'를 지향하는 평택에 이미 지난달 21일 10조원 규모의 초미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 투자를 발표한데 이어 8조원 대의 '투자 청사진'을 추가로 제시한 셈이다.

■ "중국 반도체 기술 격차 1년 수준" 지적에 '초격차'로 응수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평택 2라인(P2)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다. 2021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 라인에서는 100단 이상의 6세대 V낸드가 양산될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기술 개발 로드맵에 따라 차세대 제품이 양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36%를 기록하고 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점유율은 지난 2018년 대비 2%포인트(p) 하락했다. 여기에 올해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추격이 만만치 않다.

중국 양쯔메모리(YMTC)는 지난 4월 삼성의 6세대 낸드 수준인 128단 낸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르면 올 연말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인 만큼 삼성과의 격차를 1년 수준으로 좁힐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업계는 중국의 약진에 크게 위협을 느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수 밖에 없는 구도라고 보고 있다.  

더구나 이번 투자 결정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서버 메모리 수요 증가와 밀접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확산으로 5세대 이동통신(5G) 보급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났고 비대면 경제 활성화에 따라 이같은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량이 낮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보탠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일련의 투자를 통해 선진국 위주의 글로벌 수요 폭증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삼성의 지속적인 낸드 투자는 향후 낸드 점유율과 생산능력 독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빗 그로스(비트 단위 출하증가율)를 43%로 예상했다. 

■ 업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혁신 의지 반영" 호평

이번 투자 결정으로 앞으로 평택캠퍼스는 '최첨단 반도체 복합생산기지'로 또한번 거듭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D램에도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다며 평택 신규 라인을 생산 거점으로 선정했다. 이어 지난 5월 21일 P2 라인에 EUV 파운드리를 유치한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6세대 낸드플래시 투자 계획까지 포함하면 평택캠퍼스는 최첨단 반도체 핵심 기지로 완전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속에서 대다수 기업이 투자를 주저하는 가운데 선제적 결단을 내렸다며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21일에는 평택 파운드리 투자를 발표하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혁신 의지가 반영된 투자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메모리 초격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최고의 제품으로 국가 경제와 글로벌 IT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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