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유통채널 가운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던 편의점 수익성이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소비 침체 장기화 속에 경쟁적인 출점으로 편의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편의점 업계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업계는 올해 출점을 자제하고 수익성에 방점을 둔 내실 경영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채널 가운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던 편의점 수익성이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GS25는 지난해 매출이 8조6661억원으로 전년대비 5.1%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183억원에서 1946억원으로 10.9% 감소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연결 기준 매출(8조6988억원)은 6.2% 늘었으나 영업이익(2516억원)은 0.6% 줄었다.

뒤를 잇는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점포·비용 효율화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다음 달 말 연간 실적을 공개하는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이 4조5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줄어 영업손실이 224억원에서 528억원으로 두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마트24도 지난해 매출(2조1631억원)이 2.8% 줄었으나 영업손실은 230억원에서 298억원으로 확대됐다.

편의점업종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GS25의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2019년 33.5%에서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 10.6%로 대폭 낮아진 데 이어 2021년 6.6%로 한 자릿수대로 내려갔다.

이어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은 2022년 1.7% 소폭 증가했다가 2023년 0.5% 줄어 감소세로 돌아서더니 지난해는 감소폭이 10.1%로 커졌다. 한때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5% 이상을 기록하던 것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업계는 편의점 수익성이 둔화한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타격을 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 쇼핑몰이 급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불황이 닥치면서 소비 침체와 물가 상승,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증가 등의 요인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과열된 출점 경쟁도 한몫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4개 업체 편의점 점포 수는 CU 1만8458개, GS25 1만8112개, 세븐일레븐 1만2152개, 이마트24 6130개 등 5만4852개로 집계됐다.

2019년(4만2296개)과 비교하면 29.7% 증가했으며 연평균 증가세는 5%로 추산된다. 영업이익이 갈수록 줄면서 점포당 수익성은 악화하는데 점포 수는 되레 늘어난 셈이다.

4대 편의점 수는 우리보다 인구가 1.4배가량 많은 일본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편의점 수는 5만5736개로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1000개 미만이다.

업계에선 내수 침체 속에 임차료·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와 물가 상승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쟁적인 출점으로 구조적 효율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GS25와 CU도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 원인을 설명하며 출점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출점만 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하는 시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한계비용 체감의 법칙'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도 업황 변화를 인지하고 수익성을 동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일단 전략 방향은 외형 성장에서 내실 경영으로 잡았다.

올해도 내수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출점을 최대한 자제하고 점포당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수익 창출은 상품·서비스 및 점포 차별화 전략에 기반을 둔다.

GS25는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O4O에 집중하고 CU는 라면라이브러리와 같은 특화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은 가성비 자체 브랜드(PB) 세븐셀렉트 상품을 강화하고 글로벌 소싱(조달)을 통한 상품 차별화에 힘쓸 계획이다. 이마트24는 노브랜드 상품으로 점포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또한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점포 효율화 전략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점포 수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에서 몸집을 불려 힘을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는 백화점과 마트에서 먼저 시작돼 이제 편의점도 영향권 안에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편의점 경쟁 구도가 외형 키우기에서 내실 다지기로 빠르게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