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기 쉬운차·리콜 반복·불법 수집 의혹까지..현대차, 미국서 ‘신뢰 흠집’ 진땀

미국내 도난 차량 1위 현대차 엘란트라
1분기 리콜 114만대..판매량 3배 상회
동의 없이 고객 정보 수집..집단소송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5.28 10:34 의견 0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자료=현대차)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서 신뢰 회복과 품질경영 입증이라는 과제를 안았다. 한 해에만 수백만대 차량이 리콜(시정조치)된 데다 최다 도난 차량으로 이름을 올렸다. 운전자 정보를 불법 수집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우려된다.

28일 블룸버그통신의 법률 리서치 서비스인 블룸버그로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한 여성은 자신의 2018년식 현대차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가 설계상 결함 때문에 절도에 취약했단 이유로 현대차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자신의 차량이 절도되는 것을 막으려다 총격 피해를 입었단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달 21일(현지시간) 현대차 측이 차량 절도범들의 총격에서 원고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측이 소송에서 이겼지만 ‘훔치기 쉬운 차’라는 오명을 벗지는 못했다. 이번 사건에서 언급된 현대차 엘란트라 역시 작년 미국내 도난 발생 1위 모델이다. 쏘나타와 기아 옵티마가 2~3위를 차지했다.

앞서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선 현대차·기아의 특정 차종을 쉽게 훔치는 방법을 보여주는 이른바 '절도 챌린지' 영상이 유행했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산하 고속도로손실데이터연구소(HLDI)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상반기와 2023년 상반기 사이 현대차·기아 일부 취약 모델과 관련한 도난 보험금 청구는 1000% 이상 뛰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북미에서 약 100만대 차량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나섰다. 자동차 도난 방지 장치인 스티어링 휠을 무료 교부하는 등 대응책을 펼쳤다. 이달 들어선 LA서 첫 대규모 도난 방지 클리닉 캠페인도 진행했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도난방지 캠페인에서 현대차 엔지니어들이 차량에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하고 있다. (자료=현대차)

■ 정의선 “품질경영 의지 무색” 혹평 VS “적극 대응” 호평 공존

미국 시장내 대규모 리콜이 반복되는 점도 품질경영에 대한 평가를 낮추고 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품질 문제라면 자존심 따지지 말라”고 당부했다. 작년 초 신년회에서도 “품질은 특정 분야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과제”라며 품질 경영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정 회장의 의지와 달리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차·현대트랜스리드 합산)은 올 1분기에만 21건의 리콜 명령을 받았다. 미국내 판매되는 완성차 기업 중 크라이슬러와 함께 공동 3위다.

이 기간 리콜 명령을 받은 차량은 114만1600여대다. 같은 기간 판매량인 36만대를 3배 이상 웃돈다. 지난해에도 전자제어유압장치의 화재위험으로 약 337만대를 리콜 조치했다.

이밖에 운전자 정보를 불법 수집했단 의혹까지 나오면서 미국내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반응이 피어오른다.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 따르면 현대차 아메리카(HMA)는 지난 23일(현지 시간) 고객 동의 없이 차량 주행 데이터를 수집 및 공유한 혐의로 집단 소송을 당했다.

원고 측은 차량원격제어를 지원하는 현대차의 텔레매틱스 서비스 ‘블루링크’가 차량 보안과 비상서비스 개선, 주행진단을 위해 설계됐지만 이와 동시에 운전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백만달러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차가 미국서 마주한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고 품질경영을 입증해 한국 최상위 브랜드로서 글로벌 명성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올해 2월 방송 리포트를 통해 “최근 현대차그룹이 리콜과 차량 도난 등 미국 시장에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면서도 “개선된 차량 품질로 지속적인 호평을 받고 있고 차량 도난 이슈에도 적극적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8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정보 불법 수집 소송건에 대해서는) 현지 상황 파악 중”이라며 “지속적인 개선으로 모든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