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정기검사’ 와중에 금융사고 또 터진 농협은행..내부통제 위태

3월 110억 과다 대출 배임 사고 이어 2건 추가 적발
금감원 정기검사 와중 대형 악재..“우연히 시기 겹친 것”
3건 중 2건은 이석용 행장 임기 중..작년 금융사고도 6건
강호동 회장, 중대사고 계열사 CEO 연임 제한 등 엄포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5.23 11:01 | 최종 수정 2024.05.27 09:4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NH농협은행에서 지난 3월 100억원대 금융사고에 이어 수십억원대의 배임 사고 추가로 적발됐다.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대대적인 정기검사 진행 중에 적발된 것으로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 향후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전날 공문서위조 및 업무상 배임과 업무상 배임에 각각 해당하는 금융사고 2건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각각 53억4400만원, 11억225만원이다.

NH농협은행 본점 (자료=한국정경신문 DB)

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53억4400만원 규모의 공문서 위조 및 업무상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채무자가 위조한 공문서를 확인하지 못하고 부동산 가격을 고가 감정한 결과 2억9900만원 규모의 초과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됐다.

2018년 7~8월에도 11억225만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사고가 있었다. 부동산 가격 고가 감정에 따른 초과대출로 손실 규모는 1억5000만원으로 추정됐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 고발과 함께 징계해직 등 무관용 인사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업무 시스템을 보완하고 임직원 사고 예방 교육을 통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 3월 5일에도 초과 대출로 인한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47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농협은행은 이후 지속적인 감사를 실시해 이 같은 금융사고를 추가 인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2018년 발생한 배임사고의 경우 관련 민원·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번 금융사고 적발이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정기검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지난 20일부터 6주간 대규모 정기검사에 돌입한 지 이틀 만에 이번 배임 사고가 드러났다.

앞서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정기검사의 착수 배경을 밝혔다. 지난 2월 농협은형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측면에서 취약점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농협은행 A지점 직원은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받은 뒤 허위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담보가액을 부풀려 거액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또 B지점 직원은 국내 금융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귀화 외국인 고객의 동의 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해 가로챘다. 이 직원은 다른 금융사고를 유발해 내부감사에서 적발됐으나 적절히 관리되지 않아 추가 사고로 이어졌다.

금감원은 “농협은행 다른 지점 및 여타 금융회사 등에서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확인됐다”며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금융 및 농협은행의 경영 전반 및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 진단해 개선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이번 정기검사에서 내부통제 취약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 만큼 2건의 배임 사고 이외에 금융사고가 추가 적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은행법 제34조의3 3항에 따라 은행은 은행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사고는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다만 농협은행 측은 이번 금융사고가 금감원의 정기검사와는 무관하게 내부감사로 적발된 건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 배임사고 이후 감사 쪽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례를 조사하다가 적발된 건”이라며 “사고 발생 이후 정해진 기간 내 공시해야 하는 법령에 따라 이번에 공시됐으며 정기검사 일정과는 우연하게 겹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체 감사로 금융사고를 적발했다고 해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적발된 3건의 금융사고 중 2건이 이석용 농협은행장 임기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이다. 이번 배임 사고와 별개로 지난해 농협은행에서는 총 6건의 금융사고가 있었다. 횡령 2건, 유용 2건, 사금융알선 1건, 기타 금융질서 문란행위 1건 등이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체계 취약성의 원인이 농협중앙회 출신 인사가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행장은 농협중앙회 인사전략팀 팀장과 기획조정본부 본부장 등을 거친 정통 농협맨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최근 범농협 차원의 내부통제와 관리책임 강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한 것도 압박 요인이다.

사고를 유발한 행위자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와 무관용 원칙에 의한 처벌, 공신력 실추 농·축협에 대한 중앙회 지원 제한, 중대사고와 관련된 계열사 대표이사 연임 제한, 사고 발생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직권정지 등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일련의 배임 사고와 관련해서도 이 같은 조치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행장은 오는 12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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