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밸류업① 신고가 쓴 은행주들, 분기 배당·자사주 소각 쏜다

KRX은행지수, 올해 들어 27.6% 상승..KRX지수 최대 상승률
4대 금융지주 주가 최대 47.9%↑..잇따라 52주 신고가 경신
당기순익 감소에도 주주환원 확대 의지 피력..분기 배당금↑
내달 밸류업 최종 가이드라인..자사주 소각 등 추가 환원책도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5.13 11:46 의견 0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된다.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주주 및 시장참여자들과 소통함으로써 진정한 내재가치 또는 기대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벌써부터 밸류업 수혜 기대감으로 그간 시장에서 저평가 받아온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이 일제히 들썩이고 있다.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이 빠지면서 ‘알맹이 빠진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을 계기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상장기업들의 노력은 제대 평가 받아야 한다. 이에 창간 14주년을 맞은 한국정경신문이 대표적 저PBR주 업종으로 꼽힌 은행주를 중심으로 밸류업 행보를 들춰봤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은행주들의 주가가 재차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손실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1분기 실적에서 선방한 데다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맞춰 향상된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 (자료=각사)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은행주를 포함하는 KRX은행지수는 지난 10일 833.47을 기록해 전 거래일보다 2.53% 상승했다. 이날 11시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3.08% 상승한 859.12를 기록 중이다.

올해 들어 KRX은행지수는 27.6% 상승했다. 28개 KRX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KB금융지주의 상승폭이 가장 가파르다. KB금융 주가는 지난 10일 종가 기준 7만9300으로 전날보다 2700원 올랐다. 주가는 이날 한때 8만130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47.9%가 뛰었다.

지난 3월 신고가를 경신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주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주가는 각각 21.3%, 45.1%가 뛰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 주가도 13.1%의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연초 은행주들은 대표적인 저PBR 종목으로 꼽히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기대감으로 급등했지만 3~4월 들어 조정기를 맞기도 했다. 정부가 제시한 밸류업 지원 방안에 구체적인 세제 혜택 등 알맹이가 빠졌고 4월 총선에서 여당이 패하면서 정책 추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5월 들어 주가가 다시 힘을 받은 것은 금융지주들의 1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이었던 데다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KB금융·신한·하나금융은 수천억원대 ELS 자율배상 충당금을 쌓고도 이자·비이자이익과 주요 계열사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면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비록 전년 대비 순익 규모는 평균 두 자릿수 줄었지만 홍콩 ELS 관련 재무적 리스크를 일회성 요인으로 털어버리면서 1분기 이후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일 수 있었다.

1분기 순익 감소에도 주주환원책을 확대한 것도 투심을 자극했다.

KB금융은 업계최초로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하고 1분기 주당 현금배당금을 784원으로 정했다. 연간 현금배당 수준을 미리 제시해 현금배당의 가시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KB금융은 배당총액은 연간 1조2000억원으로, 연간 총 예상 배당금은 3136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연간 배당금은 3060원이었다.

신한금융은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1분기 525원에서 540원으로 2.9% 올렸다. 하나금융의 1분기 주당 배당금은 600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지난해 2분기 분기 배당금을 처음 도입한 우리금융은 주당 180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지난 3월 예금보험공사 소유 지분 약 1366억원 매입 후 소각에 이어 올해는 1분기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해 주주환원율이 전년보다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달 밸류업 최종 가이드라인 공개 시점에 맞춰 자사주 취득·소각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6일 주식소각결정을 공시했다. 올 2~3분기 중 3000억원 규모로 자사주 취득해 소각할 예정이다. 하나금융도 연초에 발표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2분기 내에 완료 예정으로 매입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KB금융은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함에 따라 매년 이익규모에 따라 탄력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행하기로 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과 함께 올해 상반기 중 32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발표됐고 연중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이 예정된 상황에서 올해 총 40%의 총 주주환원율을 시행한다고 가정하면 당시 추정치 기준으로 2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 약 4300억원 규모의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가이드라인은 장기적으로 주주환원이 강화되는 기반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라며 “은행주는 장기적으로 수익성 제고를 바탕으로 배당성향 상승과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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